로봇과 AI가 세상을 구하려면

윤덕룡 2023. 2.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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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새해 하락하던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군 테마가 등장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관련 테마다. 사실 이 테마들이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나서서 본격적인 투자를 선언하고 미국 오픈 AI의 인공지능 챗GPT가 공개되면서 미래의 이슈가 갑자기 오늘의 테마로 전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차별점이다. 

시장이 로봇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을 모두가 예측했기 때문이다. 단지 로봇이 정교하게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왔을 뿐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물리적으로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인간의 사고 능력을 대신할 수 있는 AI 수준의 발전이다. 아직은 하나의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기능만을 담당하는 로봇이 주로 개발되고 활용돼 왔다. 자동차 조립 중 일부 역할만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이나 식당 서빙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리적인 기능보다 AI에 기반한 사고 능력을 주로 이용하기 위한 로봇 활용도 늘고 있다. 노인들의 말벗이 되거나 길 안내를 해주는 AI 로봇이 그 사례다.

이제 AI는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고 있다. 챗GPT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이 그 역량에 놀라고 있다. 앞으로 로봇이 인간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영역은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인구가 감소하는 저출산 시대에 로봇과 AI의 등장은 감소하는 생산 역량을 보완하는 구원의 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술 혁신이 인류를 구원하는 충분 조건은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에 쓴 에세이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에서 100년 뒤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져 생산이 사람의 생존을 위한 ‘절대적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것이어서 사람 간 투쟁은 사라지고, 생활 수준이 좋아지며 주당 근무 시간은 15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의 예견대로 생산성은 높아져 왔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부 계층은 여전히 절대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며 평균 근로 시간이 15시간으로 줄어든 나라는 없다. 

로버트 라이시는 저서 ‘자본주의를 구하라(Saving Capitalism)’에서 케인스가 예측한 기술 혁신과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졌음에도 그가 예견한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못한 것은 증가한 생산물을 소수가 독점한 분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로봇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차지할 것이므로 로봇과 관련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산층은 사라지고 자본주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므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다는 다른 일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봇을 만들고 고치는 일이 새로 생길 것이며 AI가 학습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치고 조종하는 직업들도 생겨날 것이다. 로봇과 AI가 생산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생산량은 증가하고 새로운 업종의 일자리도 생겨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로봇과 AI가 한국 사회에 구원의 소식이 되려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공동체 전체에 분배될 수 있도록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 지원이 제공돼야 하며 증가한 생산성의 과실이 최대한 많은 구성원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분배 제도의 혁신도 필요하다. 그래야 로봇과 AI의 확산이 주식 투자자에게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구원의 소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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