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우리는 손흥민을 보러 왔다"…하나의 문화·런던의 명물이 된 'SON 직관'
EPL 토트넘-맨시티전 시작까지 3시간 반 정도를 남겨둔 5일 오후 1시쯤(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에 위치한 세븐시스터즈역에 내렸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고개를 들자마자 손흥민의 토트넘 7번 홈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팬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에서 내린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기자에게 '손흥민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약 30분을 걸어 웅장한 규모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 도착할 때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손흥민(손흥민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목격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손흥민 벽화 앞,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 식당에는 수많은 '손흥민'이 사진을 찍고 걷고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손흥민'은 더욱 늘어났다. 토트넘 상품을 파는 스토어에는 손흥민 마킹이 된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한 한국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손흥민 경기 '직관(직접 관람)'이 처음이라는 취업준비생 최희주씨(28)는 "여기가 런던인지, 서울인지 모르겠다. 한국 축구팬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스토어 안에 있는 한국팬들의 머릿수를 세려다가 도중에 포기했다. 대충 봐도 100명이 훌쩍 넘었다. 스토어를 빠져나가는 인원보다 들어오는 인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토트넘 스토어가 '쏘니' 덕에 적자를 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을 찾아 손흥민의 홈경기 직관하기'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 런던의 관광 코스가 된 것만 같았다. 예컨대 오전에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버킹엄 궁전이나 대영박물관, 런던브릿지 등을 방문한 뒤 오후에 손흥민 홈경기를 직관하면 런던에서의 하루 일정을 알차게 소화할 수 있다. 손흥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은 '인생컷', '평생 자랑거리'가 된다.
손흥민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 함상욱씨(31)는 "유럽 여행 중 '쏘니'를 보기 위해 파리에서 런던으로 건너왔다. 손흥민 경기를 직관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고 했다. 함씨와 동행한 이의덕씨(29)는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 토트넘-맨시티전이 열린다기에 휴가를 얻어 이렇게 토트넘에 오게 됐다"고 했다.
토트넘-맨시티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4일, 황희찬이 소속된 울버햄턴이 리버풀과 홈경기를 치렀다. 황희찬 손흥민이 모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빅클럽과 연이어 맞붙는 일정이었다. '황희찬~손흥민 코스'를 중심으로 한 여행상품은 다른 상품 대비 큰 인기를 끌었다. 황희찬의 경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16강 확정골'을 넣기 전후로 직관팬들의 숫자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최씨는 "제법 큰 돈이 들었지만, 살면서 언제 황희찬 손흥민 경기를 직관할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와보니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선수가 뛰는 경기에 모하메드 살라와 티아고 알칸타라(이상 리버풀),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케빈 더 브라위너와 엘링 홀란(이상 맨시티) 등 유명인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손흥민은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토트넘 홈경기를 찾는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궁금했다. 팬들은 왜 손흥민에 열광할까. 유럽 여행 중에 런던에 들렀다는 박시은씨(23)와 주나정씨(22)는 "그냥 쏘니라서"라고 쿨하게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손흥민이기에 시간을 내어 직접 토트넘까지 왔다는 것이다. '잘 생기고 축구를 잘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박씨는 "월드컵 전에 다쳐서 마음이 아팠다.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입성해 '폼'을 되찾은 손흥민이 전반 40초 80m '폭풍 드리블'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비록 후반 31분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기다리던 득점과 '찰칵 세리머니'는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표정에선 아쉬움은 읽히지 않았다. 이날 직관한 팬들은 훗날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런던 토트넘까지 가서 아시아 레전드의 경기를 직관했노라고.
런던(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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