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블로커’ 박철우 “아직 더 발전할 수 있다”[스경x인터뷰]

심진용 기자 입력 2023. 2. 6. 17:42 수정 2023. 2. 6. 1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박철우가 팀 동료들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아예 새로운 종목을 한다고 해야할까요,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느낌입니다.”

프로 18년차, 이제는 은퇴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박철우(38·한국전력)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철우는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현대캐피탈전 경기 중반에 투입됐다. 줄곧 뛰었던 아포짓이 아닌 미들블로커 자리에 섰다. 2차례 속공 공격을 시도했지만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팀은 현대캐피탈을 꺾고 4연승을 달렸지만, 박철우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경기 후 박철우에 대한 고마움부터 표시했다. 권 감독은 “높이 있는 미들블로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박)철우한테 포지션을 바꿔보는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며 “자존심도 있을 것이고, 쉽지 않은 선택일 텐데 할 수 있다고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2주 전 권 감독에게 미들블로커 제안을 받았다. 고민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대표 아포짓으로 활약했고, V리그 통산 최다 득점(6566득점)기록을 가진 박철우다. 그를 제외하면 5000득점 문턱을 넘은 이도 아직 없다.

그러나 박철우는 권 감독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다. 박철우는 “아포짓으로 더 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 나이도 많은 편이고 신체 능력도 20대 때에 비하면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아포짓이 아니라도, 미들블로커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너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철우는 권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인 직후부터 본격적인 미들블로커 훈련을 시작했다. “아예 새로운 종목을 하는 느낌”이라고 할 만큼 아직은 낯선 포지션이다. 삼성화재 시절 잠깐 미들블로커를 섰던 경험이 있지만, 그게 벌써 4년 전이다.

박철우는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왼손잡이다 보니 속공 때 공이 좀 뒤에서 오는 느낌이다.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참고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은 것도 고민이다. 왼손잡이 미들블로커가 워낙 희소해서다.

하지만 희소함은 곧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박철우는 “왼손 속공은 공이 나가는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그런 부분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킹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연습하고 있다”며 “기존 선수들 하는 것 많이 보고 배우면 많이 늘 것 같다”고 했다. 신인급 선수들이 할 법한 말이지만, 박철우는 스스럼이 없었다.

박철우가 미들블로커로 가세한다면 한국전력은 히든카드를 하나 가지게 된다. 블로킹 강화와 함께 속공 옵션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팀 후배 서재덕은 전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철우 형이 중앙에 있으면 전위에서 속공 뿐 아니라 라이트 공격까지 하면서 양쪽 포를 다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감독도 “속공은 아직 좀 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블로킹 따라가는 건 이미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자신의 선택이 팀에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들블로커 머릿수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계속 해 오던 선수들에게 미안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선의의 경쟁이고, 기존 미들블로커들에게 자극도 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포지션 변경이 팀 전체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0일 우리카드를 잡고 9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후 팀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9연패 탈출 이후 6승1패. 최하위에서 허덕이던 팀이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멀게만 보이던 ‘봄배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철우는 “미들블로커든, 아포짓이든, 원포인트 블로킹으로 들어가든 그 모든게 저한테는 기회”라면서 “진부한 말이지만 매순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게 목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장 박철우의 이같은 각오가 상승세의 한국전력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