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이토록 생생한 100년 전 일기라니

한겨레 2023. 2.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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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소설이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영국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쉽고 재미난 일기 형태로 썼기 때문이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의 화자 또한 가정주부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조수> 를 애독하고 글을 기고하는 것으로 봐서 이 소설은 E.M. 델라필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의 화자는 소설의 말미에서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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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우리 아이 고전 읽기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표지 이미지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소설이다. 그러나 고전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영국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쉽고 재미난 일기 형태로 썼기 때문이다. 또 키득키득 웃게 되는 유머도 종종 나온다. 이 책은 쉽고 재미나기도 하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잔잔한 주장도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E.M. 델라필드는 직업군인의 아내로 살면서 진보성향과 여성주의를 기치로 내건 <시간과 조수>라는 잡지에 꾸준히 자기 생각과 주장을 기고했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의 화자 또한 가정주부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조수>를 애독하고 글을 기고하는 것으로 봐서 이 소설은 E.M. 델라필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1930년대 당시 여성의 인권과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화자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모든 가정사와 육아를 도맡는다. 이 당시 여성에게 가장 고귀한 직업은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이었고 가장 큰 행복은 한 남자를 만나 사랑받는 것이었다.

이 시대의 여성운동가는 그저 남편이 없는 괴팍한 여자가 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개선하려는 여성회는 세균이 득실거리는 불온한 단체라고 조롱당했다. 이 시대의 여자는 오로지 집안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상적인 여성상이었다.

남성은 바깥일만 했을 뿐 집안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의 일상도 그렇다. 남편은 바깥일만 할 뿐 집안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두 자식이 홍역에 걸려 아내가 동분서주하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남편은 ‘별것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떨며’ 심지어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려는 수작’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남편은 두 아이가 아파도 똑같은 일상을 누리며 식사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도 말이다. 여성은 오로지 의무만, 남성은 오로지 권리만 누리는 시대였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의 화자는 소설의 말미에서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왜 직업이 없는 여성은 남편과 자식이 있는데도 자주 한가하다’고 묘사되느냐고 묻는다. 실제로 이 소설의 화자는 밖에서 돈만 벌어오지 않을 뿐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을 해야 했다. 부부가 고용하는 하인들의 불평을 혼자서 감당하고, 심지어는 그만둔 하인을 대신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직업 소개소를 전전하며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행과 전당포를 들락거린다.

또 남편의 고용주로 보이는 귀족 여성의 온갖 투정과 사려 깊지 못한 언행 때문에 고통받지만 불평 한마디 늘어놓지 못한다. 거기다가 자식들의 학업과 건강을 혼자서 책임져야 했다.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여성을 타박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년 전 한 영국 여성의 외침은 현재를 사는 여성의 외침이기도 하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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