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은 거실 공부방…중고생은 성향 반영해야

한겨레 2023. 2.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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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자녀 공부방 꾸미기
초등생은 부모와 상호작용 중요
거실 공부방 만족도·집중력 높아
중·고생은 개인 취향 존중해주고
쌓여 있는 전집류부터 치워야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방영한 거실을 공부방으로 바꾼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에스비에스 방송 갈무리

최근 방송에서 소개한 ‘거실 공부방’이 화제가 되면서 자녀 공부방을 어떻게 꾸며야 ‘공부력’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8일 방영된 에스비에스 스페셜 ‘공부방 없애기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거실 공부방으로 자녀 4명을 도쿄대 의학부에 입학시킨 부모를 비롯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거실 공부방의 효과를 역설했다. 거실 공부방이란, 자녀의 책상을 거실에 둬서 거실을 주로 공부하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자기 방에서 혼자 공부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빠져서 ‘딴짓’을 할 수 있는데 거실에서 공부하면 딴짓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형제자매들과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거나 부모도 옆에서 함께 책을 읽으면 도서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공부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방송의 취지였다.

전문가들은 초등 저학년의 경우, 거실 공부방이 자녀의 독서 및 공부 습관 형성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 자녀의 경우 책을 읽거나 문제집을 풀 때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초등 저학년 자녀들의 만족도와 공부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춘기의 특성상, 거실 공부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공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려 아이들을 거실로 이끌다가 관계가 더 틀어질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가구업계에서도 거실 공부방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상욱 한샘 학생서재팀 팀장은 “2000년대 후반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열풍이 불면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치우고 벽면에 책장을 설치하는 게 인기였다가 지금은 다소 잦아들었다”면서 “거실을 공부방으로 바꾸는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다른 가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가정에 널리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요즘에는 비교적 가볍게 옮겨다닐 수 있는 심플한 책상이 인기다. 사진 한샘 제공

공부방 선택권은 자녀에게 줘야

그렇다면 청소년 자녀 공부방은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티브이엔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의 공간 정리정돈 전문가 이지영 새삶 대표는 “예전에는 책상의 위치와 벽지의 색상 등 공부방의 일반론적인 규칙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반론을 따르기보다 공간의 주인이 사람인 만큼 공부방도 아이의 성향에 맞게 꾸미는 게 맞다”며 “자녀 공부방을 특히 신경써서 공간 정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늘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방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즉, 방의 구조를 짤 때도 가구를 선택할 때도 자녀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구체적인 예로, 외부에 관심이 없고 자기를 좀 지키고 싶어 하는 내향적인 아이는 책상을 문 옆에 두거나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자리를 잡아줘야 하고,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하고 자기가 공부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는 문을 열었을 때 바로 책상이 보이게 하는 게 좋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예전에는 책상을 벽에다 붙이는 게 가장 기본적인 세팅이었지만, 과외를 많이 받는 아이,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는 아이의 경우는 마주볼 수 있는 책상도 좋다. 이지영 대표는 “벽에 붙이는 책상과 마주보는 책상의 절충형인 기역(ㄱ)자형 책상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책상이나 의자 등 가구를 고를 때도 자녀의 취향이 우선이다. “엄마가 집중력을 높이는 책상, 건강에 좋은 친환경 벽지, 최첨단 인기 제품 등을 고르는 것보다, 아이가 애착이 가야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처음부터 선택권을 주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방이 책과 물건으로 가득차 너저분하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어떤 집중력도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공부방에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사준 책들과 전집들이 쌓여있는데, 중고생은 문제집과 학습서도 이미 많기 때문에 언젠가 읽겠지 하면서 버리지 못하는 책들은 과감하게 주변 나눔을 통해 비워야 한다”며 “비워야 집중력이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가 원할 때마다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공부방을 바꾸고 나서 공부를 잘하게 되거나 공부를 좋아하게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는 그는 “우리 집에 있는 커피가 훨씬 비싸고 맛있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간 때문이다. 비싸고 좋은 책상, 책들이 있는 공부방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나의 성향에 맞춤한 공부방이 최고의 공부방이고 그러면 머물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마무리했다.

중고생은 자녀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서 공부방을 꾸며야 자녀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 한샘 제공

신체적· 심리적 성장 때 환경 바꿔야

<책상 위치만 바꿔도 아이 성적이 달라진다> <공부방 꾸미기 달인 프로젝트> 등을 펴내면서 공부방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임한규 메인콘텐츠 대표는 일반적으로 참고하면 좋은 공부방의 팁들을 제안한다.

자녀방의 위치는 ‘북향’이 좋다고 한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남향은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로 인해 졸음을 자주 느끼게 되는 반면, 북쪽은 기운 자체가 맑고 서늘하며 온도의 변화가 적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하면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좋다.

책상의 위치도 북향이 좋으며, 창문 정면에 배치하면 햇볕에 노출되어 눈이 부시거나 나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창문 정면은 피해야 한다. 또 출입문이 등 뒤에 있으면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기에 피하는 게 좋다. 책상 위에 유리가 있으면 신체에 차가움을 주며 이런 온도차는 졸음을 일으킬 수 있어서 피해야 한다. 침대는 남향으로 배치하고 책상에 앉았을 때 침대가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럼 컴퓨터는 어떻게 할까? 예전에는 컴퓨터를 거실에 설치하고 거실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팁이었지만, 온라인 수업 확산으로 인해 이같은 조언은 비현실적이게 됐다. 그렇다고 웬만한 자제력과 인내력이 아니고서는 청소년들이 인터넷 강의만 듣고 컴퓨터를 바로 끄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임한규 대표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아닌 노트북을 쓸 것을 제안한다. 책상에서 치우기 어려운 데스크톱과 달리 노트북은 언제든지 부모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방을 만들거나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와 관련해 임 대표는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했다. 그는 “공부환경에 변화를 줘야 할 때는 이사를 할 때도 새 학년이 시작할 때가 아닌 아이의 신체적 심리적 성장기”라며 “신체적 성장기에는 주로 가구의 크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심리적 성장기에는 아이의 감정 기복을 안정시키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비싼 책상 세트를 사주는 경향이 있는데, 한번에 비싼 걸 사주기보다 성장에 맞춰 그때그때 바꿔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거실에 큰 테이블을 두고 공부하는 거실 공부방은 초등 자녀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사진 한샘 제공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확산이 자녀의 책상 선택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상욱 한샘 학생서재팀 팀장은 “요즘에는 부모들이 책상을 고를 때 태블릿 피시나 컴퓨터 등의 기기 활용에 좋은 책상을 중심으로 찾아본다”며 “초등학생의 경우, 책상의 높이와 각도가 조절되는 방식으로 좋은 자세를 잡아주는 책상이 인기이고, 중·고생은 책상과 책장이 붙어있는 일체형이거나 서랍이 달려있는 육중한 책상이 아니라, 책장과 분리가 되고 비교적 쉽게 옮겨다닐 수 있는 심플한 책상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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