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서프라이즈에 … 연준 행보 '안갯속' 원화값은 '털썩'
미국 내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고 실업률이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낙관적인 경제지표가 오히려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10여 차례 외치며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예상 외로 경제지표가 견조한 것으로 나오면서 연준의 피벗(정책 변화)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경제지표가 낙관적으로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트레이더들은 강력한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준이 올해 두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 걸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일 1월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000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치(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낮은 실업률은 경기침체 우려를 크게 줄여줬다는 점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좋은 일이지만, 상당수 투자자는 지난해 월가를 지배한 '좋은 뉴스가 실은 나쁜 뉴스'라는 격언을 다시 떠올렸다고 WSJ는 전했다. 아직 경기가 괜찮다는 뉴스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놓음으로써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연준이 올해 금리를 한 번이 아닌 두 번 인상할 확률이 높다는 데 거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뿐만 아니라 5월 회의에서의 인상 확률도 절반을 넘어섰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이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는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예상 밖의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긴축 기조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자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원화값이 하루 동안 20원 넘게 급락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23.4원 내린 125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직전에는 1253.5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단숨에 달러당 1220원까지 올랐던 원화 강세 기조가 급격하게 꺾인 것은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고용지표 충격이 강달러 흐름을 주도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곧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에 의구심이 싹트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원화값이 당분간 하락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피벗(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고용지표가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며 "원화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고용지표 후폭풍에 이어 오는 14일 공개되는 미국의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반등할 경우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가 예상된다. 중국 정찰 풍선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에 집중했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변수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기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준다. 일본은행 신임 총재 후보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가 거론되면서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엔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며 원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권한울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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