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고금리에도 예금·채권보다 주식"… 삼전·테슬라 늘려
◆ 슈퍼리치 재테크 ◆
자산 규모 100억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 A씨는 작년 말부터 새해 초에 걸쳐 테슬라 주식을 더 많이 매입했다. 실적과 전망에 비해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2월 초 기준) 테슬라 수익률은 30%가 넘었다"며 "지난해 힘을 못 썼던 성장주들이 올해엔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액 자산가들이 성장주 투자 비중을 늘리고 나선 것은 경기 침체의 충격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물가 정상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정책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면서 지난해 낙폭이 컸던 성장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5일 매일경제와 삼성증권이 자산 100억원 이상 슈퍼리치 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투자를 늘릴 종목으로 낙폭이 컸던 성장주가 대거 꼽혔다. 구체적으로 매수했거나 매수할 계획이 있는 상위 5개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카카오, JYP엔터테인먼트, 현대로템, 포스코홀딩스로 집계됐다. 올 들어 삼성전자 12%, 카카오 24% 등을 비롯해 연초 토끼랠리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3일까지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각각 2조4905억원, 2729억원어치 순매도를 쏟아내며 슈퍼리치들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큰손들도 많았다. 미국 증시 투자 톱픽 5개 종목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SOXL) ETF, 프로셰어스 숏 QQQ(PSQ) ETF로 집계됐다. SOXL은 반도체 경기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변동폭의 3배만큼 움직이는 상품이다. 즉 슈퍼리치들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주가는 6일 기준 올 들어 54%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주가는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7.7%와 19% 상승했으며 SOXL의 경우엔 70% 이상 뛰었다. 김성봉 삼성증권 SNI법인전략담당 이사는 "지난해 시장이 하락했을 때 투자형 상품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던 고액 자산가들이 올해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되면서 적극 투자형 자산을 늘리고 있다"며 "미국,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도주를 찾으면서 가치주를 섞으며 안정성을 높인 고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슈퍼리치들은 특히 올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국가로 한국(34.1%)보다 미국(37.6%)을 꼽는 의견이 더 많았다. 뒤를 이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호재가 있는 중국(16.5%), 신흥국(7.1%), 유럽·일본(각각 2.4%) 순이었다.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채권에 주목하는 고액 자산가들도 많았다. 고액 자산가 B씨는 "주식이 소위 '먹을 건 많아 보인다'는 건 맞지만 리스크 관리도 필수적"이라며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리치들은 국내 고금리 회사채(23.4%)와 한국 국채(22.1%)에 주목했다. 그 뒤로 글로벌 우량기업 회사채(19.5%), 미국 국채(18.2%), 한전채·지방채·공사채(16.9%) 순이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은 채권과 관련해 2가지 투자전략을 병행 중이다.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짧은 고금리 회사채는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는 저가에 매수해 향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채는 지난해와 비교해 현재 가격이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다.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다 보니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향후 금리 고점이 확인된다면 장기채 가격 반등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큰손들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로 채권의 매매차익에 대해 2025년까지 비과세가 유지되는 것도 한몫했다.
한편 고액 자산가들은 올해 자산시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이슈로는 금리(41.9%)를 꼽았다. 금리 인상폭 자체보다는 정책 변화의 시점이 관심 대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리 다음으로 인플레이션(32.4%)에 주목하고 있다는 답변이 많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기업 유동성 위험(14%), 지정학적 리스크(9.6%), 환율 변동(2.2%)을 우려하는 큰손들은 적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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