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존도 높은 K반도체 …"투자제한 늦춰달라" 美에 호소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2.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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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도체법 세부지침 이달 확정…삼성·SK 시간벌기 나서

◆ 선택 기로 선 K반도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가드레일(Guardrail)' 조항 확정을 앞두고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칩스법)'의 우려국 투자금지 조치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년간 유예를 받았던 것과 유사한 형태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공표된 미국 칩스법은 미국 내 산업 부흥과 기술패권 경쟁 승리를 목표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신증설과 장비 현대화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반도체법에 의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포함한 '우려국'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조치와는 별개다. 당시 미 상무부는 중국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사안별 심사를 통해 장비 반입을 허가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년간 건별 심사 유예를 승인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의 중국에 대한 투자 금지 조항과 관련해 이달 중 세부 지침을 확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설립을 추진하면서 미국 반도체법의 혜택을 기대해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공장 인근인 텍사스 테일러에는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20년간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50억달러(약 18조7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제조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위한 용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2025~2026년 양산을 시작하고 직원 1000여 명을 고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투자 금지 조항이 시행되면 중국 공장은 사실상 운영이 어렵게 된다.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현지 공장 운영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30조원을 투자해 시안 2공장 양산을 시작했지만, 향후 지속적인 시설 업그레이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시안 공장과 관련해 "중국에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으며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극자외선(EUV) 장비 반입을 추진하며 미세공정 투자를 예고했던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계획을 보류했다.

현시점에서는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중국 투자 금지 조항 적용을 1년간 유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항에 '10년간 투자 금지'라는 기한이 명시돼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무한정 배려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중국 시장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곳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중국 내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29.2%를 중국에 의존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는 매출 의존도가 36.6%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매출이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한국 경제 전반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한국 최대 수출 품목으로, 전체 수출에서 5분의 1 이상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60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전년 동월에 비해 44.5% 감소했다. 중국 내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 -22%, 11월 -35.6%, 12월 -36.8%, 올해 1월 -46.6%로 축소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에는 이미 중국 시장의 공백이 반영돼 있다"며 "안보는 미국, 경제로는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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