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다시 불붙는 노인연령 상향 조정… 무임승차 등 뜨거운 감자

송연순 기자 2023. 2. 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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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연금·정년논의까지 맞물려 '뜨거운 감자'
"저출산·고령화로 조정 필요"…"시기상조" 반론도
사진 = 연합뉴스TV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도시철도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에다 국민연금 수령연령, 정년 연장 논의 등이 맞물리면서 '만 65세'인 노인 기준연령 상향 조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자는 주장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제기 돼왔다. 관련 법률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노인의 기준 연령은 오랫동안 만 65세로 굳어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노인의 건강상태가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진 데다 현역에서 일하는 노인도 늘면서 노인 연령 상향 필요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만 65세 노인 연령 상향 주장 나오는 이유는.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주장의 근거는 노인이 되는 나이를 늦춰 고령화로 인해 악화한 재정 상황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런 논의에 불을 댕긴 것은 대구시와 서울시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서울시도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밝히며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회에서 한창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혁에서도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노인이 몇 살부터인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살씩 늦춰지도록 설계돼 있다. 의무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그만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민간자문위원회 논의과정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더 늦게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더 늦게 수급을 시작하게 되면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절벽'이 더 심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금도 만 60세 정년 후 연금을 타는 63세까지 3년이 국민연금 급여를 타지 못하는 기간이어서 퇴직자가 급격한 소득 하락을 겪고 있다.

연금 개혁 논의는 정년 연장 논의와 맞물려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작년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 '노인 기준 연령' 법률마다 제각각.

노인 기준 연령은 관련 법률마다 다양하다. 노인복지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의 자에게 수송시설·고궁·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이용요금을 할인해서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기초연금·노인장기요양보험, 경로우대제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택연금의 경우 만 55세 이상을, 농지연금(노후생활안정자금)은 만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육체노동의 가동 연한을 만 65세까지로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고용 정책에서 고령자는 만 55세 이상을 뜻한다.

반면 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만 70.5세다.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2020년)에서 응답한 노인 중 52.7%는 '만 70~74세'를, 14.9%는 '만 75~79세'를 노인 기준 연령으로 봤다. '80세 이상'이라는 생각도 6.5%나 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부터 두 달간 서울에 사는 만 65세 이상 남녀 3010명을 대면 면접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2022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서울 거주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 해외 주요국의 노인 기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인 연령은 65세가 통용되고 있다. 다만 고령자 건강과 근로 능력 개선에 따라 실효적 은퇴 연령을 연장하는 추세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6세이며, 정년은 이미 폐지된 상태다. 일본은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의 수급 개시연령이 65세다. 법적 정년이 65세로 늦춰진 데다 기업에는 만 70세까지 계속고용 의무가 부여된다. 독일은 법정연금보험 등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연령과 정년 모두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늦춰진다. 또한 영국·아일랜드는 66세, 미국·이탈리아·그리스·아이슬란드 등은 67세로 상향 조정했고, 추가 조정도 논의되고 있다.

주요국의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지속 가능하고 충분한 노인복지사업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노인복지사업의 재정 지속가능성과 급여 충분성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장 둔화에 따라 제한된 재원 내에서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좀 더 열악한 고령자에게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라 할 수 있다.

◇ "노인부양비 세계 최고 수준" 전망.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노인 부양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노인부양률은 생산연령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발간한 'KDI 포커스(FOCUS):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노인부양률이 30-40년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높아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노인 개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이 이뤄지면 노인 복지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는 올해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대비 14세 이하 유소년인구와 노인인구 비율인 총 부양률도 2058년부터 10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많은 노인복지 정책들이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노인 연령이 상향되면) 정책 대상이 줄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 더 두꺼운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노인 삶 더욱 팍팍해질 것" 우려도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1년 11월 내놓은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은 2020년 38.97%로 OECD 평균 13.5%(2019년 기준)보다 2.9배나 높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없이 섣불리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안 그래도 세계 최악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높여 노년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노인들 사이에서의 빈부 격차도 커서, 65세 이상의 지니계수(소득 불균형 상태를 나타내는 게수)는 한국(2018년 기준)이 코스타리카와 칠레 다음으로 높다. 근로소득이 노인 소득의 52.0%나 차지했는데, 이런 비중이 50% 이상인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 외에는 멕시코(57.9%)뿐이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은 2020년 38.97%로 OECD 평균 13.5%(2019년 기준)보다 2.9배나 높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제 논리로만 따져봐도 노인에게 승차료를 받지 않아 드는 비용보다 무임승차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인 연령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했지만,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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