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메모리 치중 한계 드러난 실적
8조8400억원 vs 2700억원.
언뜻 봐도 큰 차이가 나는 이 숫자는 삼성전자 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다. 전자가 2021년 4분기 영업이익, 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같은 제품을 파는데도 역대급 불황에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96.9% 급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제품이다. 반도체 암흑기였던 1980년대 말에도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고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92년 세계 최초 64M(메가)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친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독일과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무너졌지만, 삼성전자는 살아남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32년, 22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삼성전자의 '효자'이지만, 이번 실적 발표는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와 밀접히 연동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이번에도 경기 악화로 세트 수요가 줄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락하고 높은 재고량으로 인한 재고손실평가가 반영돼 실적이 악화했다.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년 같은 달(3.41달러)과 비교해 50% 가까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재고자산을 전년보다 15% 늘어난 47조5920억원으로 추정한다.
어떤 분야든 세계 1위에 오른 기업이 흘린 피와 땀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1위다. 하지만 1위의 영광에 취해 새 먹거리 찾기를 게을리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파운드리 사업부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욱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반도체 5인방(도시바·NEC·엘피다·후지쓰·르네사스)'은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몰락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때다.
[이새하 산업부 h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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