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한계 봉착한 '전세 레버리지' 구조
분양자는 전세받아 잔금내고
자신은 다른집서 전세살이
이걸 제도권 대출이 떠받쳐
주택시장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급락하며 매매시장 불안을 넘어 전세사기, 역전세난, 더 나아가 깡통전세 문제 등 전세시장발 주택시장에 총체적인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 양상이 과거 주택시장의 사이클을 따라 국지적이거나 단기적인 현상으로 마감되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어 불안하다.
사실 국내의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으로 버블 붕괴가 당연하다는 믿음이 강하나 국제 비교를 통해 살펴보면 그런 확신이 약해진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저점이었던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국내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인 60%는 대다수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승률인 약 90%에 못 미친다. 또 다른 버블 판단 기준으로 삼는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도 동일한 실거래가 중위값과 세전소득 중위값으로 산정해서 비교하면 2021년 수도권 PIR(공동주택 6, 아파트 9)이 다른 국가 주요 대도시권 PIR(6~10)에 비해 극히 높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서울 대도시권의 중심 도시인 서울시 PIR(공동주택 9, 아파트 17)을 공동주택과 아파트의 평균치로 비교하면 뉴욕시(10)보다 높고 로스앤젤레스시(13) 수준과 유사하다.
이 수치들이 말해주는 것은 최소한 상대적인 시각에서 버블 붕괴가 국내에서 먼저 촉발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 금리 급등으로 인한 주택시장의 급락 현상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독 빠르고 강하며, 그로 인한 여러 위기가 촉발되고 있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가격 상승기 심각한 수준의 규제가 도입되어 극도로 위축된 거래량이 웅변하듯 시장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시장 침체기 주택 매입을 유보함으로써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피난처라는 무주택자 입장에서의 전세의 긍정적 역할 또한 깡통전세 문제로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동력이 충만할 때 형성된 국내 주택시장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 과정에 내재된 과도한 사회적 레버리지 구조이다. 주택은 택지가 조성되기 전에 주택 공급 주체에 선분양되고, 주택 건설사는 10%도 안되는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일으켜 주택을 짓기도 전에 소비자에게 선분양하고, 주택 피분양자는 분양 잔금을 임차인의 전세대금으로 메꾸고, 자신은 다른 집에 전세를 산다. 그래서 둔촌주공 아파트의 미계약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갭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실거주기간을 폐지하는 대책이 유효한 상황을 발생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부채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유지하는 사회에 제도권 부채의 공급 통로가 확대되었다. 소비 부문에는 전세대출의 급격한 확대가 비제도권 금융을 제도권 금융으로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떠받침으로써 사회적 레버리지 고리의 확대를 초래했다. 그리고 전세가 안전하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확대 공급된 전세반환보증보험은 전세의 레버리지 리스크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생산 부문에서도 소비자로부터 조달되는 부채에 의존하던 공급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는 후분양제로 가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회복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같은 제도권 부채의 확대가 이뤄졌다.
어떤 형태의 부채이든 레버리지 투자는 자산가격 하락기 리스크가 증폭된다. 성장기 발현되지 않았던 전세 관련 리스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저렴한 임대계약이면서 자가로 이어지는 강제 저축 수단이라는 전세의 긍정적 기능은 퇴색되고, 월세보다 비싼 빚으로 임대계약을 유지하면서 전세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초래되는 시장 불안을 떠안고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시적인 임차인의 연결이 쉽지 않을 주택시장 축소기를 대비해서 전세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자연스러운 디레버리징의 과정을 유도함으로써 저성장기 사회적인 레버리지 부담을 줄여가는 방안이 심각하게 고민돼야 할 시점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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