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치마·원피스…'젠더플루이드'가 뜬다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3. 2.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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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쇼에 잇단 등장
시스루 디자인 남성복까지
롱스커트·진주목걸이 착용도
남성 레깅스 판매량도 '쑥'

남성이 치마와 원피스를 입을 수 있을까.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른바 '젠더플루이드' 패션이 확산되고 있다. '젠더플루이드' 패션은 성적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다른 성(性)의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전 세계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젠더플루이드' 디자인을 적용한 남성복을 대거 출시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잇달아 열린 패션쇼에서 젠더플루이드 패션을 대거 선보였다. 먼저 구찌는 최근 공개한 '2023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에서 몸 안이 비치는 시스루 상의 등을 선보였다. 그동안 여성이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용도로 활용하던 디자인을 과감히 남성복에 적용해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것이다. 시스루 상의뿐 아니라 그동안 여성이 전용하던 롱스커트부터 허벅지 혹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상의를 남성이 입고 있다. 오버사이즈 코트 또한 주로 여성이 몸을 왜소하게 보이게 하려고 활용했지만 남성복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명품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열리기 시작한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여성복에서 주로 활용하던 자수나 장식 등을 남성복에서 활용하거나 진주목걸이 같은 아이템을 남성이 착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성이 남성 패션을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속옷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는 최근 여성용 사각팬티를 내놨는데 임산부 등 편안하게 속옷을 입으려는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젠더플루이드는 2016년 등장한 신조어로 2020년대 들어 패션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젠더플루이드 패션이 들어온 것은 최근 들어서다. 지난해 7월 나이키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나이키 스타일 홍대'를 열었는데 젠더플루이드 개념을 처음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장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는데 성별과 사이즈 대신 공간을 구분하는 '카탈로그'라는 개념으로 구분했다. 비슷한 색깔이나 스타일별로 패션 아이템을 구분해 스스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젠더플루이드는 점차 글로벌 브랜드를 넘어 한국 유명인들도 활용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정재는 최근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진주목걸이를 착용했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는 인스타그램에서 진주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했다.

애슬레저는 젠더플루이드 패션을 적극 활용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젝시믹스다. 주로 여성이 입던 요가복을 남성용으로 과감히 확장했는데 브랜드 모델로 김종국을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젝시믹스 남성용 브랜드인 젝시맨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3% 늘었고 뮬라웨어 남성복 라인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이 120% 늘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남성이 레깅스를 입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면서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남성이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대거 내놓는 것도 젠더플루이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에서 성별 구분을 없애는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성적 디자인을 채택한 유니섹스 패션이 이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패션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성적 패션은 그동안 여성보다 남성이 천천히 받아들였다"면서 "눈썹 문신이 일상화된 만큼 젠더플루이드 패션도 점차 일상복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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