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능 저하' 해외선 배상…국내 소비자 패소 왜?

신채연 기자 2023. 2. 6. 17:15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애플이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의혹이 커졌습니다.

사건은 2017년 12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가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 한 뒤 성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고 주장하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7 등 구형 모델의 소프트웨어에 업데이트를 적용하면서 속도가 느려졌는데, 소비자가 신형 아이폰으로 교체할 것을 노리고 애플이 매출 증대를 위해 고의로 성능을 떨어뜨렸다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고의적으로 성능을 떨어뜨렸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는데 공동소송 원고만 약 6만 3천 명, 청구 금액은 약 127억 원에 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일 소비자 약 9천800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소송 비용을 원고인 소비자 측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 "업데이트·성능저하 연관성 판단 어려워"
재판부는 애플의 업데이트 때문에 실제로 아이폰의 성능이 떨어졌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당국도 업데이트와 성능 저하의 연관성을 판단하지 않았고, 우리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 의혹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소비자 집단소송이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소비자 소송이 시작됐고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34개 주정부도 애플을 상대로 행정적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내 판결과 달리, 미국에선 애플이 소비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애플은 지난 2020년 구형 아이폰 사용자 한 명당 25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칠레에서도 지난해 4월 애플은 25억페소, 우리 돈으로 약 38억원을 물어줬습니다.

국내 소비자는 패소…"'디스커버리'가 갈랐다"

해외에선 애플이 소비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소비자 패소로 결론이 났을까요?

'디스커버리 제도'의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소비자 측 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디스커버리 제도의 부재 등으로 집단적 소비자 피해 구제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디스커버리는 재판이 열리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지고 있는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공개를 거부할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패소 판결까지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는 "미국은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사전적으로 증거 조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대부분 파악된다. 미국에서 정식 재판 이전에 대체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승소와 패소 등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디스커버리 제도로 원고와 피고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선 원칙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에서는 소비자 측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성능이 저하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애플이 모든 서류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는 겁니다. 소비자 측은 "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일부 서류를 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측은 판결문을 검토하고 항소 여부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Biz 기자들의 명료하게 정리한 경제 기사 [뉴스'까'페]

네이버에서 SBS Biz 뉴스 구독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