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사 고배당·성과급, 국민적 공감대 얻기 어려워”

“실물경제에 자금 지원하는 근본적 역할 고민해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의 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이 과도한 배당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해 "수십조원 이상의 이자 이익을 오롯이 주주와 임원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게 적절한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원장은 6일 2023년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이 같은 취지로 답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구조에 있는 은행권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 원장은 "은행이 영리추구 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있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급 임원들의 성과급 규모가 최소 수억원, 수십억원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회사의 실적이 좋더라도) 금융사의 임원들의 공로로만 돌리기엔 구조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금융사의 수익을 주주환원과 임직원 성과급으로만 돌리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순이익(14조5430억원)보다 13.7%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배당 확대 요구와 관련해서는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또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향후 실물경제가 악화될 경우에도 은행(지주)이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감독해 나갈 것"이라며 "은행도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