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자동차업계 화두는 ‘비용 절감’? 허리띠 졸라맨 글로벌 기업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연초부터 ‘비용 절감’을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포드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선언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지출 삭감과 생산방식 개선 등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가 연초부터 대대적인 가격 인하에 돌입하자, 경쟁사들은 저마다 ‘제살깎기’를 통해 최대한 이익을 남기려는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대규모 감원을 예고했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유럽에서 3200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축소하고 일부 작업을 미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과 작업량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다. 포드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3억 달러(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하는 등 주요 완성차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냈다. 존 롤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지 매체들에 “이 회사의 비용 구조는 경쟁력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인력 감축 외에도 포드는 생산·개발 등에서의 전반적인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생산·공급망 분야에서의 비용 삭감을 병행하면서 전기차로 이행할 것”이라며 “사무직(화이트칼라) 해고가 더 있을 것이며 제조 및 보증 비용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포드뿐만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4분기 20억 달러(약 2조46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실적을 거뒀지만, 동시에 앞으로 2년간 20억 달러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에 해당 목표치의 절반(10억 달러)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리해고는 예정돼 있지 않지만, 퇴직 등 자연감소를 통해 전체적인 인건비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품의 복잡도를 줄이고 법인 지출도 삭감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연초부터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테슬라가 촉발한 ‘치킨게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테슬라가 주요 차종의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자, 포드도 머스탱 마하-E 전기차 가격을 최대 8.8%까지 낮췄다.
GM과 현대자동차 등은 아직까지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며 버티는 중이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16%가 넘는 데 비해 경쟁사의 이익률은 10% 안팎에 불과해 가격을 내릴 여유가 없는 편이기도 하다. 대신 비용·원가를 최대한 낮춰서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해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슬라 역시 지난달 주주서한에서 “2023년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 특히 금리 상승의 단기적 영향에 대한 질문이 있다”며 “비용 절감 로드맵을 가속화하고 생산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적극적인 투자 쪽에 무게를 두며 돌파하겠다는 쪽이다. 해외 경쟁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선 것과 반대로 현대차는 올 상반기 400명, 하반기 300명 등 오히려 기술직 7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에만 10조5000억원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비용 절감 방침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지난해 최대 실적은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고통분담’을 하자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배터리사들도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추세 등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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