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명 정원 수업에 150명···이과 선호·교차지원이 만든 ‘콩나물 강의실’
교차지원 후 이공계로 돌아가는 학생들까지 더해져
A대학 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인 황덕근씨(22)는 수강신청 때마다 매번 ‘광클(빛처럼 빠른 마우스 클릭)’을 해야 한다. 컴퓨터학과 전공 수업에 다른 과 학생들까지 몰리기 때문이다. 정작 전공하는 학생이 수업을 듣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하니 학과에서 수강 가능 인원을 조정하기도 한다. 황씨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학기 ‘기계학습’ 전공 강의는 정원을 두 번 조정해 80명에서 120명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컴퓨터학과 학생 B씨(25)는 지난 학기에 65명이 정원인 전공 강의를 150명과 함께 들어야 했다. B씨는 “원래 강의가 많지 않고 수강 가능 인원도 적어 본전공생들만으로도 수강 신청이 어려웠는데, 타과생까지 많아지니 본전공생이 원하는 수업을 못 듣게 되는 상황이 정말 빈번하다”고 했다.
사회에서 이공계열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차지원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입학한 대학생이 복수전공 등을 통해 이공계열로 ‘돌아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인기 이공계열 학과는 예상보다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수업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대학 곳곳에 ‘콩나물 강의실’이 생겨나기도 한다.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에서 빚어진 ‘이공계 쏠림 현상’ 문제가 입학 후 대학 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차지원을 통해 C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김지우씨(21)는 올해 ‘일반물리학’과 ‘미분적분학’ 등 공대 기초교양을 수강한 뒤 기계공학과를 이중 전공할 계획이다. 역시 교차지원으로 어문계열에 입학한 D씨(22)는 생명공학과를 이중 전공하기 위해 이미 관련 전공을 수강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과 선호 현상과 교차지원이 가져온 ‘이과 쏠림’을 체감하고 있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늘어나는 수강생에 강의 부담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전공필수 강의의 경우 본전공생과 타과생 시간을 구분해 강의하기도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까지 이과였다고 하지만,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은 이공계열 학과로 돌아간 후 ‘재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지우씨는 “기계공학과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강의 정보를 얻기 힘들어 걱정”이라며 “색이 전혀 다른 두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박수용 교수는 “본전공생은 선수과목을 이수하고 학년을 서서히 올라가는데 타과생은 그렇지 못하다”며 “예를 들어 JAVA(프로그래밍 언어) 같은 기초 수업을 안 듣고 소프트웨어공학 등 심화 강의를 들으면 고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12개 대학 입학처장과 간담회에서 교차지원 문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대입전형 반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문과침공’ 문제를 해결해 인문계열 이탈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인 사회의 ‘이공계 선호, 인문사회계 기피’ 현상을 해결할 만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면 학생과 학교 모두에게 피해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과생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으로 교차 지원해 입학하면 전공 합치도 때문에 결국 다시 이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 이탈로 폐강되는 일이 많아지면 학사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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