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때기청봉부터 천불동까지... 설악의 비경들
김동진 사진작가ㆍ우찬제 평론가
10년 작업 사진집 ‘천의 바람’ 출간
설악산 토왕성폭포를 원경에서 찍은 사진은 이 책에서 가장 형용이 불가한 장관이다. 멀리 폭포 한점이 흐르고 그 앞뒤 좌우로 석벽이 골짜기를 이룬다. 비밀스러운 폭포 한 점에 삶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설악산의 절대적 경치 옆에서 이뤄지는 사색의 문장들은 깊은 울림을 준다.
가령 금강굴에서 내려다본 천불동의 파노라마를 보면서 니체의 강건한 소나무, 자라투스트라를 떠올리는 식이다. “천불동은 그야말로 천의 부처를 만나게 되는 계곡이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는 생명 본연의 의지를 생각하게 한다”며 니체의 우주목(cosmic tree)을 설악산 바위틈에서 발견한다.
사진집 제목이 ‘천의 바람’인 것은 설악이 품은 비밀이 겉으로는 천(千)의 바람(風)이고 동시에 안으로는 천(天)의 바람(願)이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배치도 가능하다고 책은 적는다. “바람이 참 여럿이듯 바람의 바람 또한 그러하리라. 천의 얼굴을 지닌 천의 바람은 천의 비밀을 지녔다” “아일랜드에선 태어날 때 바람의 방향에 따라 그 운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붕(鵬)과 알바트로스 같은 큰 날개에 추진 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바람”이란 문장은 숙독해야 한다.
두 사람은 귀때기청봉, 신성봉, 화채봉, 쌍천, 달마봉골, 주전골, 울산바위, 한계령, 미시령 등으로 시선을 이어가면서 설악의 황홀한 비경을 탐색한다.
김 작가는 후기에서 “설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친구였고 마침내 나 자신이기도 했다. 처음에 그들은 분명히 나의 피사체였는데, 어느 순간 그들의 눈으로 나를 따스하게 품어주며 하나 되는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책은 국문과 영문으로 함께 적혀 있는데, 영문 부분은 안선재 서강대 교수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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