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재발로 더 어려워진 북핵관리…한미는 확장억제에 무게

김효정 2023. 2. 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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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협력영역 남아야" 강조했지만…미중 '기회의 창' 다시 열릴지 미지수
중국 '정찰풍선' 격추 작전 (서프사이드 비치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안 영공에서 진행된 중국 '정찰풍선' 격추 작전에 참여한 미국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3.02.05 jason366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미국 영공에 진입한 중국 '정찰풍선'으로 미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당분간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간 협력 여지도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협력을 통한 상황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정부는 현실적 대안으로 미국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북핵 억지 방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찰풍선 문제로 중국과 건설적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달 5∼6일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발리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공동의 협력 영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분간은 미중 간 냉각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관리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실제 이뤄졌다면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지만 이런 기회가 일단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가 미중 간 전략경쟁 구도에 좌우되지 않고 협력을 위한 영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가 비핵화 진전은 한·미·중의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이 블링컨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는 오랫동안 한미중의 협력 영역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중국의 건설적 협조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면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올해 봄철 대만 방문으로 이어진다면 미중간 해빙을 위한 '기회의 창'이 다시 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6일 "미중 간에 이번 대화가 잘 됐다면 중국이 일정 수준의 메시지를 비공개로 북한에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에 유리한 갈등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이 우려"라고 말했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협력이라는 전통적 '안전핀'이 약해지는 가운데 한미 정부의 초점은 확장억제 강화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제어장치 없이 고도화되면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독자적 핵무장' 여론까지 확산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하는가 하면 한국 국민 76.6%가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 공개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특별대담에서 한국 내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민들이 북한 핵 위협을 매우 심각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신호"라며 "한미동맹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체 핵 보유나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가 실효성을 갖고 유사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상의 옵션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이 필요로 할 때, 미국의 확장억제가 지체 없이 가동될 수 있다는 신뢰를 국민들이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과 협의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도 이런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중요한 의제로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가 억제력 강화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적을 억지하기 위해 핵을 포함해 군사력과 경제·외교력, 강력한 동맹 등을 포괄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핵심 전략으로 상정하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한미 간) 확장억제도 '통합 억제'의 틀 안에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통합억제가 강화되면 북핵 억제 효용성은 높아지지만, 결국 이는 대중국 견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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