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전장연이 시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이제 그만 좀 하지."
얼마 전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선전전을 바라보던 한 시민의 짜증 섞인 혼잣말이 들렸다. 4호선을 타고 매일 출근하면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나 이로 인한 연착을 자주 겪다 보니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눈에 잘 들어온다.
시위 초반만 해도 무관심하거나 조용히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위 자체에 대해 짜증을 내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하철이 조금만 연착되면 '오늘도 전장연 시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며 불안해하는 이들도 보인다.
전장연 시위 관련 온라인 댓글들에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무관한 시민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내용들이 넘쳐난다.
특히 전장연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라면 지하철이 아닌 국회 앞으로 시위 장소를 옮기라는 시민들의 지적이 많다.
시위의 목적 중 하나가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면 성공한 듯싶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따뜻함에서 차가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에 전장연은 주목해야 한다.
과거 수많은 혁명이나 시위들 중에서 시민들에게 등을 돌리는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 더욱이 전장연에서 요구하는 예산은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소중한 세금이 아닌가. 오죽하면 다른 장애인단체들 또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까지 하겠는가.
물론 전장연과 대화를 풀어나가는 서울시도 아쉬운 모습들이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며 대화 상대를 자극하는 것 또한 우려스럽다. 서로 간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 3일 전장연은 13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이 문제는 시민들이 풀어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시위 방법 또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알았으면 한다.
한 가지 더. 향후 전장연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룬다면 "그동안 죄송했다. 참고 견뎌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는 진정 어린 사과를 시민들에게 꼭 전했으면 한다. 그것이 전장연 같은 사회단체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오래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박준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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