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없고 이중격벽인데…청보호 기관실 침수, 왜(종합)

변재훈 기자 2023. 2. 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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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구멍 등 선체파손 파악 안 돼…사고당시 기상 양호
지난해 건조한 '최신어선'…침수 늦추는 이중격벽 구조
프로펠러 누수, 냉각용 해수유입배관 이상 가능성도

[신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6일 오후 신안군 임자도 주변 해상에 전복돼있는 '청보'호 주변에서 해경이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2.06. leeyj2578@newsis.com

[신안=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뒤집힌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의 사고 경위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올 만한 파공 등이 발견되지 않은만큼, 침수가 시작된 기관실 동력 계통에 이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6일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17분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는 기관실부터 침수된 것으로 보인다.

생존 선원 A씨는 구조 당국에 "기관실부터 물이 차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선원이 '방(선실)까지 물이 찼다'며 가장 먼저 발견했다. 이후 2~3명이 기관실에 찬 물을 퍼냈으나 10분도 안 되는 사이 급격히 선체가 기울었다"고 증언했다.

현재까지 바닷물이 유입될 만한 구멍(파공), 균열 여부 등 선체 파손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생존 선원들 모두 "배에 구멍이 뚫렸는지는 발견 못했고 당시 상황에서는 알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해경 역시 기관실 주변 파공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파공이 생길 때 나는 충돌음을 들은 선원도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최근 선체 하부 도색을 위해 한 차례 수리를 했지만, 선박 충격 또는 파손에 따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사고 당시 주변 바다의 파도 높이는 0.5~1m로 비교적 낮았다. 바람도 초속 1m 안팎의 북서풍이 불어 풍랑은 거세지 않았다.

더욱이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건조된 어선이다. 바다로 나간 지 1년도 채 안 된 '최신 어선'인만큼 선체 노후화에 따른 누수 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청보호는 충돌·좌초 등 각종 해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유류 유출·침수 속도를 늦추고자 '이중선체' 구조를 갖췄다. 바닥과 측면을 두 층의 강판 구조로 설계, 빈 공간을 남겨둔 것이다.

선체 외벽 파손으로 침수가 진행되도 내벽이 있어 선내 바닷물 유입은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실종자 수색 차 선체 내부 진입을 시도한 구조당국 역시 이중격벽의 존재를 확인했다. 격벽 구조가 온전한 편이어서 오히려 구조대 진입로 확보가 여의치 않을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엔진 등 구동계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존 선원의 진술을 주목하고 있다.

청보호의 동력원은 748마력 수랭식 디젤 엔진으로 추정된다. 바닷물을 끌어들인 냉각용 배관이 엔진 주변의 열을 낮추는 방식이다. 선체 안으로 바닷물이 오가는 통로인만큼, 배관 파손에 의한 침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경도 관련 질의에 "어선 엔진 중에는 공랭식은 없는 것으로 안다. 거의 수랭식"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사대학 기관시스템학부 교수는 "정확한 설계도를 봐야 알지만 그 정도 규모 어선이라면 해수를 끌어들이는 배관으로 엔진을 식힐 것이다. 배관 파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다만 "새 선체인만큼, 배관 누수보다도 추진부인 프로펠러 주변 해수 유입을 막는 장치(실링)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부품 결합이 헐거웠다면 선체 안팎 압력 차로 인해 바닷물이 급격히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이신형 교수는 "선체 어딘가에 조금씩 물이 새어 들어온 게 아닌가 추정한다. 프로펠러축과 수중 접촉 부위에 누수가 발생했다면 알게 모르게 물이 들어찼을 것"이라며 "물이 들어차면서 선체 복원력을 잃기 시작하고 임계점을 넘으면 순식간에 (선체가) 주저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우선 이날부터 선체 인양 사전 작업에 나선다. 조수, 파고, 유속, 풍속 등 현장 상황을 두루 고려해 선체 인양을 시도한다.

해경 등 당국은 인양 선체를 육상으로 옮겨 선내 폐쇄회로(CC)TV 영상 복원 등 합동 정밀 감식을 벌여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선다.

한편, 청보호 전복 사고 수색 3일째인 이날 선미 침실 안에서는 실종 선원 3명이 잇따라 발견됐다. 가장 먼저 구조된 기관장은 숨졌고, 선원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이송 중이다.

나머지 선원 6명(한국인 4명·베트남인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직후 주변 상선에 의해 구조된 선원 3명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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