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진출한 영국 VFX기업 "서울 스튜디오, 아시아 허브로 육성"
"더밀에 있는 10개의 글로벌 스튜디오 중 서울을 가장 큰 규모로 키우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더밀 서울 스튜디오에서 만난 토니 최 대표는 이와 같이 자신했다.
더밀은 영국에 본사를 둔 시각효과(VFX) 기업으로, 지난해 세계에서 10번째로 서울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매년 수천 편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2 울트라' 광고인 'Love at First Sight'나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다룬 'Move Things Beyond Imagination'이 대표적이다.
더밀이 서울에 스튜디오를 연 것은 한국의 콘텐츠 파워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최근 K팝 등 한국 문화와 관련된 업무가 늘어나고 관련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며 "삼성·LG·현대 등 함께 일하는 회사 중 한국 회사가 많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넷플릭스 관계자와 미팅을 해보니 남미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매우 인기라고 한다"며 "이야기 전개가 군더더기 없고 5분 안에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게 한국 콘텐츠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회사가 그간 운영해온 9개 스튜디오는 대부분 유럽·북미에 위치해 있고, 아시아는 상하이에 이어 서울이 2번째다. 최 대표는 "아시아 최초의 스튜디오를 서울에 열려고 했던 것이 내부 사정상 상하이에 이어 2번째로 열린 것"이라며 "중국의 현실적인 여건상 상하이 스튜디오보다는 서울을 아시아의 허브로 삼을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스튜디오에서는 직원 3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최 대표는 "매년 50%씩 인원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더밀은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웹 3.0'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 대표는 "아직 웹 3.0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웹에 올리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 그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이처럼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VFX·3D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유한 건 우리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최 대표가 영상 업계에 발을 들인 건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는 1989년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이민하면서 그곳의 법률사무소에서 평범한 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도중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러 온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영상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10년간 호주에서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하고,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10년을 더 일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해외 제작사가 한국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일을 돕다가 2020년 더밀에 합류했다.
쉰 살이 넘는 나이에도 그는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요즘 MZ세대는 무엇을 좋아할지, 요즘 트렌드는 무엇일지 항상 고민해요. 그걸 경험하기 위해 TV 등 온갖 매체를 뒤지는 게 제 일상입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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