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덜 쌓인 美MZ·이민자들…맞춤형 카드로 고객 삼았죠"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2. 6.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MZ세대 신용카드 '토모크레딧' 크리스티 김 창업자 겸 CEO
신용 없인 카드발급 어려운 美
신입사원·유학생 등 신용소외
인공지능 기반 신용점수 산출
개인에 맞는 카드한도 부여해
현재 월간사용자만 300만명
1억2천만弗 신규 투자유치도
토모크레딧의 신용카드.
토모크레딧 크리스티 김 창업자 겸 CEO.

"신용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힘든 20·30대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한국과 달리 신용이 없으면 카드 발급이 거부된다. 또 설령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매우 낮다. 토모크레딧은 이러한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한국계 스타트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포스터시티에서 만난 크리스티 김 토모크레딧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MZ세대와 이민자들을 위한 맞춤형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토모크레딧 신용카드다. 토모크레딧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FICO 점수에 의존해 카드를 발급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설령 신용 점수가 없더라도 '나에게 맞는 한도'를 설정해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는 설명이다. 현재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이런 서비스에 힘입어 올해 들어 시리즈B 라운드에서 1억2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UC버클리 경영학부를 휴학하고 크립토 헤지펀드에서 일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면서 "다들 돈을 잘 버는 젊은 글로벌 인재들인데 미국 내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됐다"고 회고했다. 직업을 가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유학생일 때 겪었던 문제를 똑같이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용 사회는 변한 게 없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빅데이터를 토대로 언더라이팅(underwriting) 문제를 풀고자 결심했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을 뜻한다.

스타트업에는 검증을 위한 가설이 있다. 소비자들의 고충을 해결한다면 수요가 폭발하고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한다. 이 때문에 창업 시 가설을 세우고 이를 해결하면서 성장을 거듭한다. 김 대표는 초기 가설에 대해 "유학생들처럼 실제 신용은 좋은데, 단순히 신용 점수가 없기 때문에 거절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미국에서 신용카드는 금융위기 때 규제를 많이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용카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면 필요한데, 신용을 쌓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가 그린 비즈니스 모델은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갖는 것이다. 토모크레딧 카드는 마스터카드와 연동돼 있다. 보통 신용카드를 쓰면 매장에서 카드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한다. 토모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면 그 수수료를 마스터카드가 토모크레딧에 일정 부분 지급하는 구조다. 결제금액의 약 2.3%다.

일반 신용카드와는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김 대표는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이 없다는 가정하에 작은 한도를 준다"면서 "하지만 토모는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한도를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카드를 은행 계좌에 연동하면 데이터를 받는다. 이후 월급은 꾸준히 들어오는지, 현금 흐름 비율이 일정한지, 입금과 출금 비율이 적정한지 등을 알고리즘으로 확인한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신용도만 보는데, 저희는 보다 포괄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도는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월 신용카드 한도가 약 500달러 선에 그치고 체크카드를 몇 개월 사용한 뒤에는 15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김 대표는 "많으면 3만달러 정도 되고, 낮으면 수백 달러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신용카드사들은 생년월일과 사회보장번호(SNS 번호)를 입력하면 신용 점수를 알 수 있다. 750점 이상일 경우 5000달러 수준이다. 김 대표는 "토모는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맞춤형 한도를 제공한다"면서 "현재 토모의 신용카드는 미국 내 2만개 이상 은행과 연동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지역마다 로컬 은행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파산 위험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카드를 만들 때는 잔액이 없어도 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7일마다 전액 입금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의 중간 정도 개념이다. 다만 직불카드와 달리 신용을 효과적으로 쌓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토모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토모는 데이터 회사"라면서 "대형 은행들은 사실 위험을 짊어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혁신은 하고 싶어 하는데, 토모는 앞으로 특허 사용 계약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또 토모는 신용 관리를 위한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토론을 받을 때 신용이 좋다면 5000달러나 차이가 난다. MZ세대 역시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선 신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토모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300만명이고 사용되는 신용카드는 10만장 이상이다. 약 2년 전에 카드 발급 서비스를 했는데 그동안 누적 거래액은 2억~3억달러에 달한다.

김 대표는 "미국 내에서 신용 소외자는 약 4000만명에 달한다"면서 "여성이나 이민자 등이 주로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수수료나 연이자가 없는 신용카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신용을 쌓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