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능력자들, ‘모국어’ 들을 땐 뇌 활동 거의 없다

최정석 기자 입력 2023. 2.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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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말하는 '외국어 능력자'들이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모국어를 구사할 때 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부 에블리나 페도렌코 교수 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5개 넘는 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모국어를 들려줬을 때 뇌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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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외국어보다 모국어에 뇌가 적게 반응
모국어에 대한 뇌 반응, 일반인 절반 수준
뇌 신경세포의 연결 형태를 나타낸 그림.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말하는 ‘외국어 능력자’들이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모국어를 구사할 때 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부 에블리나 페도렌코 교수 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5개 넘는 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모국어를 들려줬을 때 뇌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적게는 5개, 많게는 54개의 언어를 쓸 수 있는 25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성경책이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구절을 8개 언어로 번역해 녹음한 16초짜리 음성을 실험 대상자들에게 들려주고 뇌 활동을 측정했다. 8개 언어는 각각 실험 대상자들의 모국어, 나중에 배운 언어(3개), 배운 적 없는 언어(4개)로 구성됐다.

뇌 활동은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촬영했다. fMRI 장치로 뇌를 찍으면 뇌 속에서 피가 어떻게 흐르는지 관측할 수 있다. 뇌의 특정 부위를 사용하면 그 쪽으로 피가 많이 쏠린다는 사실을 이용해 특정 상황에서 어떤 부위의 뇌 신경이 활성화됐는지 측정할 수 있다.

다개국어 구사자들에게 8개 언어를 들려줬을 때 뇌 혈류 반응을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한 결과를 나타낸 표. 위쪽은 언어 종류에 관계 없이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쪽은 언어 종류에 따라 뇌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측정 결과 어떤 언어를 들려주던 뇌 혈류가 비슷한 부위에 쏠렸다. 페도렌코 교수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8개 언어를 들려줬을 때 공통적으로 왼쪽 전두엽과 측두엽을 잇는 부위에 피가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부분은 언어의 소리와 의미를 연결해주는 ‘언어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험 대상자가 잘 아는 언어일수록 뇌 혈류가 많이 증가했다. 배운 적 없는 언어를 들려줬을 때는 상대적으로 뇌에 피가 덜 쏠렸다.

다만 모국어는 이런 패턴과 반대였다. 실험 대상자가 잘 아는 외국어 3개를 들려줬을 때 왼쪽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 혈류량은 평상시에 비해 각각 1.86%, 1.71%, 1.38%씩 증가했다. 반면 모국어를 들려줬을 때 혈류량은 평상시보다 1.11%만 늘었다.

이는 실험 대상자가 배운 적 없는 언어를 들었을 때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연구팀은 배운 적 없는 언어 4개 중 2개는 실험 대상자가 아는 언어와 어순, 문법, 단어 등이 유사한 것을 배치했고 나머지 2개는 연관성·유사성이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언어를 배치했다.

실험 대상자가 배운 적은 없지만 기존에 알던 언어와 유사성이 높은 언어 2개를 들려줬을 때는 뇌 혈류량이 평균 1.17% 늘었다. 이는 모국어를 들려줬을 때 뇌 혈류량보다 높은 수치다.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에는 다개국어 구사자들의 뇌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들(회색)과 5개 이상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보라색)의 뇌가 각자의 모국어에 활성화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 표. 다개국어 구사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모국어를 이해하는데 뇌를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1~2개 언어만 쓸 줄 아는 사람들 86명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다개국어 구사자들과 비교했다. 다개국어 구사자들에게 모국어를 들려줬을 때 뇌 혈류량은 평균 1.10% 늘어난 반면 1~2개 언어만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뇌 혈류량이 평균 2.45% 늘었다. 다개국어 구사자들은 일반인보다 전반적인 언어 활동에 상대적으로 뇌를 덜 쓴다는 것이다.

페도렌코 교수는 “여러 언어를 한꺼번에 쓰는 사람들은 부정하겠지만 이들은 언어를 이해하는 데 특화한 뇌를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파악한다면 뇌졸중을 비롯한 뇌 손상 이후 언어 능력이 퇴화한 이들을 재교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bioRxiv, DOI: https://doi.org/10.1101/2023.01.19.52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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