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까지 동원해 '뇌전증' 연기…1억짜리 시나리오도
'병역 면탈' 의뢰인, 의뢰인 도운 가족·친구도 포함
지난달 현직 의사와 프로게이머 코치, 골프선수와 학생이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모두 현역병 입대를 피하기 위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이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긴 '병역 면탈' 브로커 김 모 씨의 공소장을 보면 김 씨가 병역 면탈 의뢰인 또는 의뢰인의 지인들과 어떻게 범행을 공모하고 준비했는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하고 꼼꼼했으며, 대범하기까지 했습니다.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판정(3급)을 받았지만 김 씨의 조언에 따라 '뇌전증'을 연기하며 재검사, 3차 검사를 통해 차례로 보충역(4급), 전시근로역(5급)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김 씨는 의뢰인들에게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발작 증상 등을 연기하도록 했습니다. 방에서 게임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1~2년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악용한 겁니다. 병원과 병무청을 제대로 속이기 위해 의뢰인뿐 아니라 의뢰인의 가족이나 지인, 친구들도 끌어들였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맡은 역할은 '증인'이었습니다. 의뢰인들이 발작이 일어난 것처럼 연기하면 '증인'들은 "아들(또는 친구가)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서 의사에게 "오래전부터 비슷한 증상을 자주 봐왔다"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 22명 중 6명이 병역 면탈 의뢰인들의 주변 인물이었고, 이중에선 의뢰인들의 어머니도 4명이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돈인 1억 1000만원을 낸 사람은 현직 공중보건의 A씨였습니다. 2011년 최초 병역 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5년 뒤 두 번째 검사를 받고는 신체등급 2급, 또 6년을 미뤄 받은 세 번째 병역 판정 검사에서도 신체등급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A씨의 어머니는 김 씨를 직접 접촉해 '뇌전증 연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받아 A씨에게 건넸습니다. 시나리오를 받아든 A씨는 길거리에서 발작을 일으킨 뒤 쓰러진 척 연기를 했고,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씨가 목격자인 양 119에 신고했습니다. 거듭된 치료 기록을 통해 A씨는 이듬해 3월 전시근로역(5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A씨 외에도 의뢰인들 대부분이 보충역(4급) 판정을 받거나 전시근로역(5급) 판정을 받고 현역병 입대를 피했습니다. 김 씨가 약 2년간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현재까지 수사된 바로만 2억 6000여만 원에 이릅니다.
구 씨는 뇌전증을 악용한 병역 면탈 외에도 또 다른 수법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최근 검찰은 서초구청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구 씨가 사회복무요원의 '분할 복무' 신청 제도 등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하려 한 건 아닌지 들여다보는 겁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사 대상은 70명이 넘지만, 구청과 공무원으로까지 수사를 확대되며 그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료 제공: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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