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정보접근·자유로운 소통 위해 5년간 600만 어절 ‘수어 말뭉치’ 구축

이강은 2023. 2.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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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수어 자동통역 기술 지원도

정부가 수어 사용자의 정보 접근과 자유로운 수어 사용 환경 조성 등을 위해 2027년까지 600만 어절의 ‘수어 말뭉치’를 구축하고 한국어-수어 자동통역 기술을 지원한다. 또 한국수어교육원을 17곳으로 늘리고 농아동과 농인 가족 등을 위한 교재 개발에 나선다. 공공수어 통역도 연평균 2000회로 확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향후 5년간 진행될 ‘제2차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농인은 청각장애인 중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국내에 약 5만20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체부는 ‘일상에서 소통하는 언어, 함께 누리는 한국수어’를 비전으로 △공정한 한국수어 교육 △차별 없는 정보 접근 △자유로운 문화 누림 등 공정하고 자유로운 한국수어 사용 환경 조성을 통한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4가지 추진 전략과 12가지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예산 60억원을 투입한다. 

문체부에 따르면, 한국수어-한국어 말뭉치를 연간 100만 어절씩, 2027년까지 600만 어절을 구축해 한국어와 한국수어 간 자동 통역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농인과 비농인 간 의사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깔고 작동시킨 뒤 문장을 입력하면 화면에 영상으로 수어가 표시되는 식이다. 이후 자동 통역 기술이 더 고도화할 경우 비농인의 음성이 수어 영상으로 표시되고, 농인의 수어를 영상으로 찍으면 바로 문자나 음성으로 통역돼 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게 문체부 측 설명이다.

수어 말뭉치를 기반으로 한 ‘한국수어-한국어 사전’과 ‘한국어-한국수어 사전’의 양방향 사전 편찬 계획도 수립한다. 2026년까지 한국수어 4000개 규모의 ‘한국수어-한국어 사전’을 편찬한다.

이 사전은 한국수어의 의미, 한국수어와 한국어 용례,수형(손모양) 그림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수어 형태를 종합적으로 검색하는 기능도 탑재한다.

한국수어 제도 및 기반도 확대한다. 현재 농인의 0.5%만 유아기(6세 이하)에 한국수어 학습을 시작하며 절반 이상(50.3%)이 학교(7~12세)에서 한국수어를 습득하고 있다.

우선 농인 등을 위한 한국수어교육원과 한국수어교원 양성 교육기관을 각각 17곳(전국 17개 광역시·도별 1곳)으로 확대한다.

수어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수어교원은 현재까지 2급 교원만 배출됐으나 1급 승급을 위한 교육 과정과 지침을 마련해 교원 자격 제도를 보완한다. 또한 누구나 한국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대상별 맞춤형 교육과정과 교재도 개발한다.

농학생을 위해 지난해 12월 ‘2022 개정 특수교육과정’에서 내년부터 적용할 수어 과목을 편성했고, 농아동과 농인 가족(자녀와 부모 등) 등을 위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육 과정과 교재를 개발해 수어교육원 등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농인 성인용으로 개발한 ‘한국수어’ 문법서가 유일하다.

한국수어통역사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공공수어 통역 시 필요한 통역 표준 지침을 개발하고, 농인으로 구성된 수어 통역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한국수어 통역 품질에 관한 환류 체계를 마련한다.

공공영역의 한국수어 통역 지원 범위를 정부 정책 발표에서 공공기관·문화예술기관 발표로 확대한다.

통역 지원 횟수도 지난해 기준 연평균 440회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2000회 이상으로 늘린다. 박물관·미술관 등의 전시 정보와 K-영화에 대한 한국수어 통역 영상을 제작해 농인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수어방송 품질을 높이도록 장애인방송 품질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농인의 미디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 음성을 한국수어로 변환해주는 인공지능 기술도 개발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제2차 한국수어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농인과 그 가족을 위한 수어 교육기관 확대, 수어통역 지원 정책은 물론, 농인과 비농인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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