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공공재” 금감원, 경영진·이사회’ 정조준…지배구조 적정성 점검

김유진 기자 2023. 2. 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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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사회 정례 면담 개설… 의사결정 지원 목적
금감원 “은행, 의사결정 시 주주 외 다양한 이해관계자 고려할 필요”
금융권 ”은행 경영에 과도한 개입”…관치 논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진·이사회에 칼을 빼들었다.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의 적정성과 이사회의 내부통제를 위한 기능을 들여다본다.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감원이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정조준한 이유다.

금감원은 6일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금융회사 책임경영 문화 확산을 위해 경영진의 책임성 강화 기반을 조성하고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의 책임경영 문화를 조성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겠다”며 “금융회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시정할 수 있는 책임경영문화 확산을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감독 및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제공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이사회 현황 점검…주주환원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고려해야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부터 점검한다. 금융회사의 장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해 살펴본다. 은행지주·은행 경영진 성과보수체계가 ‘지배구조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금융투자회사성과지표(KPI)의 장기성과 연계돼 있는지 들여다본다.

이 원장은 “임직원의 기여를 통해 성장과 이익 창출이 이뤄져서 원론적으로 (성과급 지급을) 존중한다는 생각은 있다”면서도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수십조원 이상이고, 비이자이익 손실이 있는데 그럼 이걸 임원의 성과급에 배부하는 것이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 기능 등에 비춰 적절한 건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금감원은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도 살펴본다. 은행의 이사회는 경영전략, 내부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하는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해 감독당국과 이사회간 소통을 강화한다. 감독당국은 은행 이사회와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하고, 최근 금융시장 현안 및 은행별 리스크 취약점에 대한 인식 및 정보를 공유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며 인사 나누고 있다./뉴스1

이사회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점검한 뒤 은행권과 협의해 이사회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이사회 독립성·전문성·다양성 강화 방안, 경영실태평가 평가항목 반영 등도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개선책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주 회장 선임절차에 대한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사회 기능 제고 방안 중 하나로 경영승계 시 검증체계 표준안 마련,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 등을 제시한 만큼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에서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셀프 연임’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금감원 “은행, 사회적 역할 강화해야”

금감원은 은행권에 사회적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및 자본여력이 뒷받침되는 범위 내에서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은행은 일반기업과 달리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국민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지원여력을 충분히 고려할 때 은행이 주주환원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적 지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발표 내용 가운데) 사측에서 근로자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평소 계속 지급했던 월급을 앞으로도 계속 지급하겠다’라는 것처럼 프로그램들이 통상적인 어떤 과거 관행이나업무에 포함돼 있는 것을 포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사회공헌에 경쟁 환경이 조성이 안 돼 있는 측면이 있어보이므로 이와 관련돼서 좀 잘 챙겨보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은행=공공재’ 인식… 금융권 “관치” 비판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의 경영진·이사회를 들여다보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은행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 기능 제고가 필요한 이유로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의 시각에 힘을 실어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다만, 은행이 주주가 있는 민간 회사인 만큼 금감원의 이같은 개입은 과도한 ‘관치’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감독당국이 은행 이사회와 정례 면담을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배당에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은행의 경영에 당국의 입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책임경영을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며 “다만, 이사회에 과도하게 개입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도 은행 지배구조에 관해 감독당국이 지도기준을 마련해 은행 지배구조를 종합적으로 평가·감독하고, 은행 이사회와 정기적으로 교류할 것을 권고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금융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사회 면담 시 공개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사회와의 소통 방식이나 내용을 아예 공표하거나 공개하는 것이 바람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여러 경로로 금융당국의 입장을 참칭해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공표한 것들만 (당국의 입장으로) 한정된다는 식의 접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외에도 금융사의 책임경영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금융그룹 계열사간 공동투자에 대한 리스크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위험평가·사후관리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금융그룹 사업부문장의 권한과 책임 범위 및 의사결정절차 등을 포괄하는 사업부문제(Matrix) 운영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부감사협의제 운영을 내실화해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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