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보다 비싸졌다… 일본인들 ‘난방비 파산 공포’ [왕개미연구소]
따뜻한 실내 나누는 웜셰어 운동 확산
80대 노부부의 전기요금 아끼기 묘책
[왕개미연구소]
“전기요금 10만엔(95만원)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요. 대출이자보다 전기요금이 더 비싸다니, 이러다가 파산하겠어요”
한국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고 비명이 쏟아지는 것처럼, 일본에선 급등한 전기요금 때문에 난리다. 대개 일본 가정에서는 겨울 난방을 위해 난방용 에어컨이나 코타츠(전기히터가 붙은 좌식 테이블) 같은 전기용품을 쓴다.
일본 ANN뉴스는 지난달 전기요금 청구서에 10만엔이 찍힌 40대 주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고양이 4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내긴 하는데 그래도 작년 전기요금(5만엔대)과 비교해 너무 많이 올라 깜짝 놀랐다”면서 “주택대출 이자보다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홋카이도에 사는 60대 여성은 “외부가 -20도로 추워서 수도관이 얼까봐 에어컨 난방을 끄지 않았더니 전기요금으로 10만3000엔이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광열비 파산’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도 하다.
일본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엔화가치 하락 등이 겹쳐지면서 최근 1년새 전기요금 급등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기요금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홀딩스가 평균적인 가정 사용량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 전기요금은 1월에 1만1222엔(약 10만7000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전력회사들은 오는 6월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가격 심사를 요청했다. 인상폭이 28~46%로 매우 높다.
동물원, 목욕탕 등 어쩔 수 없는 곳을 제외하고, 업체마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게임센터는 게임기 200대의 대기 전원을 전부 꺼두고, 손님이 직접 켜는 방식으로 바꿨다. 게임기 화면이 시커멓게 꺼져 있으면 고객의 시선을 끌기는 힘들겠지만, ‘두 배로 훌쩍 오른 전기요금을 고객에게만 전가할 순 없다’면서 결단을 내렸다.
일본 사회에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따뜻한 난방을 서로 나누는 이른바 ‘웜셰어(warm-share·온기 나누기)’ 운동도 처음 등장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에 휴게 공간을 마련해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도록 지자체나 업체들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환경성은 집에서 생활할 땐 20도 정도로 맞추고,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서 식사하고 여가를 보내 전력 소비를 줄이자고 권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개별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ANN뉴스는 지난 4일 연금으로 19만엔을 받아 생활하는 80대 노부부의 리얼한 절약 생활을 소개했다. 이 노부부는 “월세 4만엔, 의료비 4만엔, 식비 5만엔을 쓰고 나면 한 달 여윳돈이 6만엔밖에 안 남는다”면서 “죽을 때까지 의료비는 죽을 때까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할 텐데, 불필요한 소비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노부부는 “전기요금이 비싸다”면서 에어컨은 물론이고, 전자렌지, 커피포트, 고타츠도 없이 생활한다. 실내 온도는 16도인데, 유일한 난방 기구는 거실에 깔아둔 전기 매트뿐이다. 겨울철 식사는 매운 음식 위주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몸 안에서부터 열이 나잖아요. 김치를 많이 넣어 먹으면 추위를 잊을 수 있어요.” 시베리아 한복판 같은 추운 집에서 아끼고 아꼈지만, 노부부가 받은 12월 전기요금 청구서엔 부부 역사상 최고치인 2만1246엔(약 20만원)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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