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으로 통한 동서양 작가
김택상·헬렌 파시지안 展
리만머핀 서울 3월 11일까지
후기 단색화 대표주자 김택상(65)이 리만머핀 서울에서 파시지안과 2인전 ‘Reflections and Refractions (반사와 굴절)’을 열고 있다. 빛의 속성을 탐구하는 실험정신으로 동·서양과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올해 초까지 리만머핀 팜비치에서 나란히 전시를 열고 또다시 서울에서 만났다. 서구 사조와 우리 단색화 전통의 교집합을 드러낸다.
김택상은 “(파시지안은) 어머니 연배의 대작가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평생 빛을 연구해온 분이라 작품을 보고 단번에 알아챘다”면서 “고려불화와 청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적인 빛과 색감을 재현하기 위한 실험에 집중한 결과물을 함께 선보여 기쁘다”고 밝혔다.
로커를 연상시키는 장발 머리의 작가는 “지난 2020년까지 교수생활에 매여있다가 자유로운 본성을 되찾으니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면서 “기질적으로 똑같은 작업을 못 하는 터라 다음 단계도 전혀 모른 채 설렘을 갖고 작업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1층에 선보인 ‘숨빛(Breathing Light)’연작에 비해 2층의 ‘Aurora-23-N1’, ‘Resonance-23-3’, ‘Somewhere over the rainbow-23-2’ 등 올해 신작에서 좀 더 자유로운 색채의 결이 드러난다.
특히 ‘Resonance(공명)’연작을 두고 김택상은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같은 한국 종은 서양종과 달리 ‘맥놀이 현상(진동이 다른 두 소리가 서로 간섭해 강약을 반복하며 소리를 멀리 보내는 것)’으로 소리를 더 멀리 퍼뜨린 것처럼, 본인 그림도 시간 차에 따른 ‘사이 공간’을 두고 겹겹이 색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고려 불화나 고려청자에서 겹겹이 색이 더해지는 사이사이에 빛이 들어가는 것과 통한다.
물을 빼고 말리면서 참고 인내해야 완성된다. 붓을 쓰지 않고 아크릴 물감을 푼 용액을 수채화용 캔버스 천에 가득 붓고, 희석된 입자를 캔버스가 머금으면 그 캔버스를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이 스스로를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라 나는 지휘자에 불과하다. 물이나 시간, 중력, 바람 등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보살피는 농부의 역할과도 닮았다.”
전시는 3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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