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무임승차 논란 뒤에 가려진 서울교통公의 ‘인건비 1조’

이현승 기자 2023. 2. 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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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희종(67)씨는 4년 전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자가 됐지만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지하철을 탄다.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어르신을 낮춰 이르는 말)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한 것. 그는 노약자석에 앉지 않고 어쩌다 일반석 양보를 받으면 한사코 거절한다. 사회적 ‘짐’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주씨의 바람과 달리 ‘노인이 짐이 된다’는 여론에 최근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올해 대중교통 요금을 8년 만에 300~400원 인상하기로 했는데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로 대규모 적자가 쌓였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를 향해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연일 주장하며 기재부와 대립중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2017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1~4호선과 5~8호선을 다른 공기업이 운영하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합병했으나 영업손실이 2017년 5219억원에서 2020년 1조902억원, 2021년 9385억원으로 급증했다. 손실액이 1조원을 넘자 서울시와 공사의 예산 지원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와 공사는 대규모 적자의 화살을 무임승차로 돌린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코로나 이후 매년 적자가 1조원대인데 이중 무임승차 비율이 30% 정도”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무임승차 비율이 60%를 넘었다”고 적었다. 무임승차 제도가 시작된 1984년 이후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손실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공사 적자의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무임승차 인원이 2019년 대비 2021년 25% 줄었는데도 적자는 오히려 껑충 뛰었다. 지하철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영업수익은 2019년 2조46억원에서 ▲2020년 1조5595억원 ▲2021년 1조6291억원으로 줄었으나 영업비용은 ▲2019년 2조5370억원 ▲2020년 2조6497억원 ▲2021년 2조5676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영업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사의 인건비는 2017년 출범 이후 매년 1조원을 넘기고 있다. 2019년 1조2602억원에서 2021년 1조226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 기간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하고 영업적자가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에 비하면 인건비 감축 노력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0~2021년 지급된 성과급도 매년 1000억원이 넘는다.

공사의 인력 수준은 매출 규모나 업무 대비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고(故) 박원순 전 시장부터 이를 축소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판단이 있었으나 2017년 1만7315명에서 2021년 1만6618명으로 4% 감축되는 데 그쳤다. 서울시와 공사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1539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이 2000원이라고 설명한 서울 지하철 원가(수송원가)는 매출원가에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모두 더한 뒤 수송인원을 나눠 계산한다. 요금을 올리고, 수송인원과 유료탑승인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인건비가 줄지 않으면 원가를 낮추기가 어렵다.

전체 탑승인원의 15% 정도에 불과한 무임승차 인원 때문에 연간 2000억~3000억원대의 무임비용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임비용은 무임승차인원에 1350원을 곱해 계산된다. 승객 1명을 태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만큼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운행되는 지하철에 사람을 한두명 더 태우는 것이 모두에게 같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구 중 노인 비율이 한자릿수였던 1980년대 도입된 무임승차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국민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건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려면 수송원가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공사의 경영효율화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무임승차 만을 명분 삼아 손실 보전을 요구한다면 스스로 노인이길 거부하는 노인들조차 적으로 만들고 세대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이현승 기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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