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오른다~ 불 댕겨라!" 달집이 이글거렸다 [복작복작 순창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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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육상 기자]
▲ 지난 3일 순창군 유등면 정월대보름 행사장에서 달집이 타오르며 달을 삼키려는 듯 포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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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창군민은 "정월대보름 행사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우리 순창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안타깝게도 조류독감과 구제역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수년 간 정월대보름 행사를 치르지 못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보름 행사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90)은 "달집태우기는 농경사회에서 생산력과 생활력의 기준이 되는 음력(달) 중에서도 새해의 첫 보름달인 정월대보름달이 가장 크기 때문에 주술의 힘도 절정에 달해 농사지어 먹고 살던 농부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풍년 농사" 등 다양한 소망 기원
▲ 지난 3일 순창군 유등면 정월대보름 행사장에서 주민들이 보름달을 향해 타오르는 달집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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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순창군 유등면 정월대보름 행사장에서 최영일 군수가 제를 올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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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순창군 구림면 정월대보름 행사에 아린·하린(8) 쌍둥이 자매를 데리고 참석한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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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순창군 구림면 정월대보름 행사장 옆에 마련된 소원성취 부스에서 주민들이 쌈짓돈을 건네며 종이에 소원을 적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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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순창군 구림면 정월대보름 행사장에서는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법대 대원들이 행사장의 안전을 돌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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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순창군 동계면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에서 주민들이 댕기불을 들고 오른쪽 산마루 위로 하얗게 모습을 내비친 달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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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6시 30분 순창군 동계면 구송정 앞에서 진행된 달집태우기 행사는 동계면청년회가 주최했다. 제례를 마치고, 달집에 불을 붙이려는 찰나 산마루 숲 사이로 하얀 달이 아른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달이 차오르고 있으니까, 아직 불 붙이지 말고 잠시 대기하세요."
주민들은 진기한 광경에 숨을 죽이며 댕기불을 들고 때를 기다렸다.
"달이 차오른다. 지금이다~ 불 댕겨라."
▲ 지난 5일 순창군 동계면 정월대보름 행사에 동계 서호마을이 고향인 세 자매가 부모님과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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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우 동계면청년회장은 "순창군내 가장 큰 달집을 세운 것 같다"는 질문에 "청년회 스무 명이 3일 동안 행사를 준비했다"며 "직접 들어간 비용만 500만 원 가량이고 자원봉사로 처리한 인건비와 굴삭기 등 장비 사용비까지 합치면 총 1500만 원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5일 순창군 동계면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달집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아래쪽에 하얀 보름달이 보이고, 주민들의 띄운 달항아리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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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달집태우기 행사는 순창소방서 소방공무원 전원과 의용소방대 대원이 각 행사장 별로 소방차를 배치하고 화재 등 만일의 사태에 비상 대기하며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시골의 세시풍속 잇기
옛날 설날은 가족 중심 명절이었고, 대보름은 마을공동체 명절이었다. 순창과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한 날이다. 3일간 지켜본 순창군내 정월대보름 행사는 시골농촌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정겨운 삶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마을주민이 줄어들면서 정겹고 흥겨운 시골농촌의 세시풍속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순창군은 전국 지자체 89곳과 함께 행정안전부가 지정, 고시한 인구소멸위험지역이다. 또한, 순창군은 통계청이 조사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기초자치단체 229곳 중에서 인구증가율 -4.2%로 인구감소율이 전체 1위에 올랐다.
▲ 지난 5일 순창군 동계면 정월대보름 행사장에 설치한 달집에 “동계면민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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