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교차지원한 학생들, 졸업 후 임금은 더 낮았다

남지원 기자 2023. 2. 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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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울시립대 연구팀 ‘논문’
적성보다 대학 서열 따져 진학
학교 생활·취업에 부정적 영향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대학교에 진학할 때 문과에서 이과로, 또는 이과에서 문과로 계열을 바꿔 교차지원을 한 학생의 임금이 교차 지원하지 않은 학생보다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성보다 대학 서열을 따져 교차지원을 한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처우가 나쁜 직장에 취업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으로 이과생들의 교차지원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고은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보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전공 교차지원의 노동시장 성과 분석’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자료를 활용해 2010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학 졸업자의 18개월간 노동시장 진입 과정을 분석했다. 고등학교 계열이 문과이면서 공학계열·자연계열·의약계열 등으로 진학한 학생과 이과 출신이면서 인문계열·사회계열 등으로 진학한 학생을 교차지원으로 분류했다.

교차 지원을 제외한 다른 조건이 같은 경우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의 졸업 후 시간당 임금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2.6% 낮았다. 이과에서 이과로 진학한 학생의 임금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에 비해 5.2% 높았다.

반면 대학 졸업 전 기대했던 최저 연봉을 뜻하는 ‘유보임금’은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이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3.6% 높았다. 교차 지원한 학생이 기대했던 급여 수준은 높았지만 실제 급여 수준은 이보다 낮았다는 뜻이다. 이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교차지원 여부가 유보임금 사이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학생들의 선택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교차지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적성보다 대학 서열 등을 고려해 진학하는 경우 적성과 전공이 맞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전공과 관계없이 대학 서열이 높은 학교를 선택하고, 이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에 취업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실시되면서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올릴 수 있게 된 이과생들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일이 크게 늘었는데, 앞으로 이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의 분석 기간 동안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비율은 10%대 초반이었고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한 비율은 4.5%였는데 통합수능 실시 이후 이 비율은 역전됐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향후 교육과정 논의 과정에서 노동시장 성과 등 개정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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