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나토 벽’ 체감한 韓 전차, 루마니아에 다시 도전

정재훤 기자 2023. 2. 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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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의 K2 전차가 노르웨이 수주전에서 독일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그간 회원국끼리 무기를 거래해 온 오랜 관행의 벽을 넘지 못한 모양새다. 다만 이번 수주 실패가 K2 전차의 성능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K2 전차의 추가 수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의 관심은 NATO 회원국이지만 폴란드와 비슷하게 국방력 공백을 겪고 있어 지상무기 도입이 시급한 루마니아로 옮겨갈 전망이다.

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요나스 가르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독일의 KMW(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사로부터 레오파르트 2A7주력전차 54대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요나스 총리는 “북유럽 이웃 국가들은 물론, 많은 NATO 동맹이 보유하고 있는 탱크와 같은 종류의 탱크를 구입할 방침”이라며 “(이번 계약 체결로) 독일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파르트2 전차는 현재 독일군이 320대 정도 소유하고 있으며, 유럽 13개 국가에서 총 2000대 이상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노르웨이형 K2 전차/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그간 NATO 국가들이 보여온 ‘회원국 간 무기 거래’라는 오랜 관행을 노르웨이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NATO는 1949년 조인된 집단안전보장조약인 북대서양조약을 기초로 미국,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 12개국이 참가해 발족시킨 집단방위기구다. 현재 가입국 수는 30개국에 달한다.

NATO 내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보잉, EU의 에어버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프랑스의 탈레스, 독일의 KMW 등 유수의 방산업체들이 모여 있다. 지난 2017~2019년 기준 세계 방산 수출국 순위 중 10위권에도 미국(1위), 프랑스(3위), 독일(5위), 이탈리아(6위), 영국(7위), 스페인(9위) 등 NATO 국가들이 상위권에 분포돼 있다.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은 NATO 가입국인 폴란드에 대규모 수출을 이뤄내며 유럽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이번 노르웨이 수출에 실패하며 NATO의 벽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폴란드는 지난해 현대로템의 K2 전차 180대(약 4조5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212문(약 3조2000억원) 및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00여문(약 4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48대(약 4조원)등을 구매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수주 실패가 정치적 요인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K2 전차의 추가 수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2 전차는 현지 시험평가에서 레오파드2A7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이번 수주 실패를 두고 “노르웨이 전차 사업 입찰을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한 시험평가체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한국 전차가 모든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우수한 전차임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며 “특히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차와 동등 이상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전차의 수출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Korea) 내 현대로템 부스 전경./현대로템 제공

유럽 추가 수출을 기대하는 한국 방위산업의 다음 목표는 루마니아가 될 전망이다. 루마니아는 폴란드와 함께 NATO의 최전선에 위치한 국가로, 보유 중인 T-72 전차 60여대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면서 지상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노후화된 전차·장갑차, 보병전투장갑차 등도 교체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바실레 딘코 루마니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방한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Korea)에 전시된 한국 방산 무기들을 직접 살펴봤고, 개정된 한-루마니아 국방협력증진 의향서(LOI)에 서명하면서 양국 간 국방·방산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의식을 공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안젤 틀버르 루마니아 신임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찾아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석완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유럽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군사 장비를 현대화된 서방제 장비로 교체할 수요가 있으며, 운영 규모와 투입 예산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 국내 방위산업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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