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개발 北 원하는 일… 확장억제 문서에 명시해야"

김태훈 2023. 2. 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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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北核 전문가, 기고문서 주장
"韓 핵무기 보유 추진하면 경제제재 직면"
대외 의존도 높은 韓 경제 무너질 가능성
"韓·美 원자력협정에 확장억제 집어넣자"

북한 핵무기가 나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미국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1974년 체결되고 2015년 개정된 두 나라의 원자력협정은 군사 분야의 협력은 다루고 있지 않은데, 여기에 확장억제(핵무산)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슈나이더 선임연구원은 6일 CFR 홈페이지에 ‘새 한·미 협정으로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CFR는 외교안보 분야의 권위있는 싱크탱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는 지난해 “북한은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슈나이더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한국의 독자 핵무기 역량 개발 가능성 문제를 둘러싸고 격랑을 불러일으켰다”는 말로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거론하며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다만 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은 “NPT를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미국 핵비확산 전문가들이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한국이 독자 핵무기 개발을 추구할 경우 발생할 한·미 양국간 잠재적 갈등과 그로 인해 한국이 치르게 될 대가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대가’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될 것이란 점, 자연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 더욱이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도 받게 될 것이란 점 등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은 한국의 국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이는 북한이 가장 바라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선 “미국 핵우산을 못 믿겠다”며 “한국도 무조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은 북한을 미워하는 반공주의자 등 ‘우파’인 것처럼 인식돼 왔으나, 슈나이더 연구원의 논리에 따르자면 실은 북한을 편들고 한국을 약화시키려는 ‘좌파’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이종섭 국방장관과 만나 양자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간 국내에선 북핵에 맞서 독자 핵무기 개발 외에도 과거와 같은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에서 시행하는 미국과의 핵무기 공유(일명 나토식 핵공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둘 다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했다.
흔히 ‘핵우산’으로 불리는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적으로부터 핵무기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우리 핵무기로 보복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핵무기가 없는 동맹국의 안보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다. 최근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할 것이며 여기엔 핵무기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투하·발사가 가능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더욱 많이 전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그가 한국을 떠난 직후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 대표적 전략자산들이 한국에 출현해 서해상에서 우리 공군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더 많은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겠다”며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한 직후 한·미 공군이 우리 서해상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는 모습.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운데)를 중심으로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2대(위), 한국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2대(아래)가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나이더 연구원 역시 바람직한 선택지는 미국에 의한 확장억제 강화뿐이란 점에 뜻을 같이했다. 다만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확장억제 강화가 구두 약속에 그치지 않고 공식적인 협정 문서에 명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4년 체결되고 이후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을 지목했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한다면 북한 도발에 대한 양국의 효과적 대응이 될 것”이라며 “협력이 확대되면 양국 원자력 에너지기업 모두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지역의 원전 건설에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의 공조를 강화하면 한·미동맹이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취약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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