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주, '尹심' 비판하며 '李심' 눈치…욕하면서 닮아가

하지현 기자 입력 2023. 2. 6. 12:00 수정 2023. 2. 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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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윤심'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맞서겠다며 거리로 나갔다.

국회 안에서 국민 삶의 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은, 당 대표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며 '말로만 민생' 시늉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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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윤심'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맞서겠다며 거리로 나갔다. 169석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국회를 떠나 장외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당하고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를 앞세웠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잇달아 검찰에 소환된 이 대표는 세 번째 소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 대표의 첫 검찰 출석 길은, 민주당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사방에서 에워싸는 바람에 이 대표와 의원들이 성남지청으로 떠밀리듯 들어가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을 때는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로 서초동 일대가 마비됐다. 이 대표가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집결했다. '이심(李心) 잡기' '충성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정적 제거'를 위한 검찰 수사에 맞서 싸우자며 당원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검찰 소환 당시 나타난 의원들을 체크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단을 올렸다. '천원 당원' 논란을 이유로 특정 비명계 의원들을 탈당시키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심'을 비난하며 여당을 공격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당 안팎에서 '이심'의 눈치를 보거나 '이심'을 내세워 비명계를 비판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169석 야당이 당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팬덤에 휘둘려 장외투쟁이라는 낡은 명분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민생을 해치는 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안에서 국민 삶의 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은, 당 대표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며 '말로만 민생' 시늉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민들의 난방·가스·수도 요금 폭탄을 놓고 불쑥 ‘7조2000억 긴급 민생 추경’을 내놓은 이 대표 발언에, 당내 일각에서도 "여당이나 할 법한 대응"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가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진행한 '경청 투어'는 정작 "야당 탄압에 맞서 싸우자"는 호소가 주를 이뤘다.

검찰의 이 대표 두 번째 소환 이후 민주당은 4일 장외투쟁에 각 시·도당별로 최대 100명씩 참석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김건희 특검'과 '이상민 탄핵'을 들고 나온 건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리스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툭하면 전 정권 탓한다'고 공세를 퍼붓는 것처럼, 민주당도 '정적 제거' 프레임으로 남 탓을 하기에 바쁘다. 상대를 욕하면서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협치는 오간 데 없고, 여야 관계에서 강 대 강 대치만 이어지고 있다.

정봉주 민주당 교육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당 교육연구원 발대식에서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민주당이다. 모두가 이재명이다"라고 했다. 이심을 대변하는 이들은 '이재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내보이지만, 사당화를 만드는 착각일 뿐이다.

민주당 말대로 정부여당의 경제·안보·외교 무능으로 나라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면, 대안 정당인 민주당이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지금 민주당에는 거대 야당으로서 민생 문제에 대한 성과도,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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