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회의 참석자 찍어내기?···윤희근 “소신 인사”vs류삼영 “전원 불이익”

이유진 기자 2023. 2.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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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최근 단행된 총경급 정기 전보 인사에 대해 6일 “역량과 자질은 기본이고, 공직관, 책임의식, 대내외 다양한 평가 등 이른바 세평 등을 오랜 기간 걸쳐서 종합해 심사숙고한 끝에 내놓은 인사 결과”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내부 반발이 나오자 밝힌 공식 입장이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총경이 이번에 복수직급제로 135명을 승진시키면서 약 800명이다. 다양한 고려를 인사권자로서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윤 청장은 “이번 인사 대상자 457명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다 기준을 설명할 수 없다”며 “복수직급제로 보직 58석이 늘어나면서 기존 인사의 룰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은 이번 총경 인사를 두고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총경 회의 참석자가 누군지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윤 청장은 이날 ‘총경 회의 직후 참석자 전체에 대한 감찰에 착수 했는데, 명단 파악이 아예 안 된 것이냐’는 질문에 “청장인 저는 보고를 받았으니까 당연히 안다”면서 “이미 감찰은 참석자 전체에 대해 이뤄진 거로 다들 알고 있지 않냐”고 했다. ‘(전보 인사에 있어) 종합적 고려에 총경회의 참석 여부가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해석하지 않았냐”고 했다. 다소 날 선 반응이지만, ‘총경회의 참석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언론 해석을 부인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12월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가 류 총경에 대해 경징계를 권고했으나, 윤 청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중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류삼영 총경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 총경 양옆에 ‘인권 침해 모멸 인사’ 등의 문구가 쓰인 근조화환이 놓였다. 연합뉴스

이번 총경 인사를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2시 경찰청 앞 경찰기념공원에서 이번 총경 인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경 인사는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총경회의 현장 참석자 54명 중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된 47명 전원에게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다”며 “47명 중 28명이 한 직급 아래인 경정급 보직에 해당하는 인사 발령이 났고, 그중 23명이 이번에 새로 생긴 112상황팀장 직급에 배치됐다. 12명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6개월 만에 인사 발령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했다.

류 총경은 “경찰서장을 역임하고 총경 보직을 여러 번 거친 베테랑 경찰을 경정인 승진 후보자 밑으로 인사를 내는 모욕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일은 경찰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며 “경찰청장이 소신대로 했다면 인사권 남용이고, 소문대로 외풍이 불었다면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노동조합 격인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 지역 단위에서도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부산직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십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온 그동안의 총경인사의 원칙과 질서가 이번 인사로 무너졌다”고 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내부에서는 복수직급제를 두고, 이를 보복에 활용한다는 의미로 ‘복수(revenge)직급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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