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중산층 난방비 지원 역효과

박수진 기자 입력 2023. 2. 6. 11:48 수정 2023. 2. 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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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우리나라가 수주를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전 부지를 둘러보기 위해 체코를 방문했을 때다.

1월 26일 최상목 경제수석이 117만 가구에 대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2배로 올려주고, 사회적 배려 대상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비 할인 폭을 2배로 늘려주는 '난방비 절감 대책'을 다급히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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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지난해 5월 우리나라가 수주를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전 부지를 둘러보기 위해 체코를 방문했을 때다. 연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건물 곳곳에 걸어둔 우크라이나 국기와 창문에 붙여둔 우크라이나 지지 문구 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건 곳곳에서 감지되던 ‘에너지 위기’였다. 체코 정부는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늘린다고 했고, 체코 내 한국 현지법인 직원은 “체코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집집마다 가스요금을 수십만 원씩 더 내게 돼 난리”라고 전했다. 한국에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건 해를 넘긴 지난 1월 중순이다. 러-우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대란의 나비효과가 8개월 뒤 한 장짜리 관리비 고지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말 그대로 ‘난방비 폭탄’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지갑 열기가 두려운데 20만∼30만 원씩 더 내야 하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12월 사용분이 적용된 1월 고지서도 이런데 12월보다 더 추웠던 1월 사용분이 반영된 2월 고지서는 핵폭탄급일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직접 진화에 나섰다. 1월 26일 최상목 경제수석이 117만 가구에 대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2배로 올려주고, 사회적 배려 대상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비 할인 폭을 2배로 늘려주는 ‘난방비 절감 대책’을 다급히 내놨다. 이어 2월 1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168만 모든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현행 기준 최대치인 59만2000원까지 난방비 지원액을 일괄 확대하는 추가 대책도 발표했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는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외 중산층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중산층·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대란이 일어났을 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늘어난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감당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까지 사실상 현금을 지원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마구잡이로 쏟아부을 경우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이 늘게 되기 때문이다.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는 데 정부는 약 3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할인 폭을 확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원액이 그대로 향후 공급 비용에 반영된다. 취약계층 지원에만 이 정도인데 중산층까지 혜택을 늘리면 부담은 부메랑처럼 다시 중산층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미 가스 공급자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 원에 달한다.

인하된 가격은 수요 왜곡도 초래한다. 비싸면 아끼게 되지만 할인해준다면 누가 절약에 공을 들일까. 더 쓰라는 신호를 줄 뿐이다. 분할 등의 방법으로 일괄 납부에 대한 부담은 줄여주되 무분별한 퍼주기식 정책은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스비를 258% 인상한 독일의 경우 땔감용 장작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37%만 올렸다. 에너지 포퓰리즘의 폐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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