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조국 교수는 사과가 먼저다

천남수 입력 2023. 2. 6. 11:34 수정 2023. 3. 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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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억울할 것이다. 필자도 같은 마음이다. 검찰의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는 가혹했다. 그러나 법원의 1심 판결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 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3일, 숨죽이며 판결을 기다리던 이들은 법원이 조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자 한쪽에서는 탄식을, 다른 쪽은 환호했다.

1심 판결 이후 조국 교수는 “1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하겠다”면서 “뇌물이나 증거인멸 등 8~9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 그 점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2심 재판을 통해 계속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조 교수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2022년 1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중이다.

조국 교수 지지자들은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역대급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친 검찰의 칼날에 온전할 수 없다고 믿는 까닭이다. 누군들 이렇게 탈탈 터는데 무사할 수 있겠는가.

자연히 지지자들은 조 교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공권력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당선됨으로써 ‘검찰 공화국’이 완성됐다는 소리도 들릴 정도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이켜 보면,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불공정 논란이 정권교체를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은 오히려 검찰의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번 조국 교수의 1심 판결이 역설적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결과를 낳은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 상급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현 시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잘못은 주로 당사자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우리는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잘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경험한다. 또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굳이 자신에게만 적용될 때는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이 주는 뉘앙스도 비슷한 표현 아닌가. 그럼에도 사과는 잘못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 결과를 받아든 조국 교수가 만약 사과를 해야 한다면, 그의 잘못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 취지도 ‘공정성의 신뢰 훼손’이라고 했다. 그것이 무자비하게 탈탈 털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조 교수도 법원의 유죄 판단 부분에 대해 상급심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적 다툼은 당연한 권리이자,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내놓은 조 교수의 입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 ‘조국 사태’는 갈라지 국론의 실상이자, 확증편향의 사회적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물론 조국 교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겠는가. 멀쩡한 집안이 한순간 풍비박산되고 말았다. 정말 도륙을 낸다는 말처럼 이렇게 무자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안타까움에 젖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조국 교수는 법원이 1차로 판단한 사회 공정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를 지키고자 했던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그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조 교수와 같은 사람은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고발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자칫하면 고발되고, 소환조사를 받고 처벌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생길 정도다. 물론 이를 두고 법치를 세우는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법을 세우는 것 보다 포용과 협치를 통해 흩어진 국론을 모으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조국 사태는 갈라진 국론의 실상이자, 확증편향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 했던 정치권의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진영 간 완전히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갈라진 여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에 대한 이번 법원 판결은 향후 공정성의 잣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과 그 주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이 살아있는 한 그렇다. 그러므로 조국 교수는 사과가 먼저다. 그래야 조국 교수를 믿고 함께 했던 국민이 함께 살 수 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조국 교수 자신의 미래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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