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태원참사 분향소’, 유족은 왜 설치 강행했나

조민정 2023. 2. 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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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가운데,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며 이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 측은 참사 발생 100일을 기해 시민들의 조문을 받으려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 추모공간에 대한 불만,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와 책임자 처벌 등 계속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항의가 담긴 행동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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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협의회 “직접 시민 만나고 조문 받으려”
서울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 추모공간’ 수용불가
조사기구 설치·책임자 처벌 요구 묵살한 정부에 항의
오후 1시 서울시 행정집행 예고…긴장감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태원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가운데,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며 이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 측은 참사 발생 100일을 기해 시민들의 조문을 받으려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 추모공간에 대한 불만,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와 책임자 처벌 등 계속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항의가 담긴 행동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사진=노진환 기자)
분향소 설치를 강행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6일 시민들의 추모와 조문을 받기 위해 분향소를 차렸다고 밝혔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31일 정부는 서울광장과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유가족과 협의 없이 마련된 탓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정부의 합동분향소엔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 사진도 없이 흰 국화꽃만 자리를 지켰다.

단체는 광화문광장에 공식 추모공간을 설치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합동분향소엔 유가족들이 없었다”며 “유가족들은 정식으로 조문을 받는 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스스로 분향소를 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한 것”이라며 “광화문 세종로공원 추모공간 조성에 대해선 여전히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태원참사 추모공간으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추모 공간으로 제안했지만, 유족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화문광장 추모공간에 대해 서울시는 “‘열린광장’ 원칙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지난 3일 서울경찰청은 세종로공원에 기동대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번 분향소 설치는 단순히 추모공간 조성에 대한 이견 때문은 아니다. 이태원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100일 추모대회’ 개최 장소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사용 불허에 따라 갈등이 이어졌다. 단체는 서울시의 불허에도 추모대회 당일 광화문북광장 옆 도로에 집회 무대를 설치하는 등 광화문광장 사용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유가족이 현재 요구하는 △이태원참사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윤석열 대통령 공식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등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앞서 유가족 측은 추모대회 사전집회 도중 예고 없이 서울광장에서 분향소 설치를 강행했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경찰 통제선을 밀고 공간 확보에 나서면서 분향소 설치를 막는 경찰, 서울시 공무원 70여명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도 나타났다.

서울시는 불법으로 설치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이날 오후1시 행정대집행, 즉 철거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시는 전날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거듭 유감을 표한다. 유가족분들이 마음 깊이 추구하시는 국민 공감을 얻기에도 힘든 일”이라며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멀지 않은 곳에 상징성 있고 안온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래서 녹사평역 내에 우천 시에도 불편함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장소를 제안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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