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전문회사 퇴출, 표준운임제 도입…尹정부, 화물운송 체계 전면 손질

윤희훈 기자 2023. 2. 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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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발표
지입화물차, 운송사 아닌 차주 명의 등록
유가 등 원가 반영한 공정 운임제 도입
대형 화물차 DTG 자료 제출 의무화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이송하는 화물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화물운송은 하지 않고 차주로부터 지입료만 수취하는 운송사인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킨다.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겐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키는 대신,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고, 탄력적인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등 각종 공급 규제도 혁파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화물자동차 차주들의 ‘최저운임’인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한다. 화주와 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운수사-차주 간 운임 계약은 강제해 차주를 보호할 계획이다.

화물차에 대한 교통 안전 대책도 강화한다. 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해 휴식시간을 강제해 졸음운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최근 사고 사례가 많은 ‘판스프링’ 등 화물고정장치에 대한 이탈방지를 의무화하고, 불법 개조시 사업허가·자격 취소와 함께 중대 사고시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6일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작년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기존 안전운임제의 문제점과 지입제 폐단 등 화물운송산업의 구조적 문제 진단에 착수했다.

◇지입제 전면 손질…'지입전문회사’ 퇴출한다

이번에 발표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은 ▲산업 체질 개선 ▲안전운임제 개선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안전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우선 화물차 운송시장에 깊게 자리 잡은 ‘지입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만 수취하는 운송사인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이 내려진다.

지입계약시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던 것도 차량의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하도록 개선한다. 화물차주가 지입계약이 종료된 후 명의를 다시 이전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호판 사용료 미반환 등 운송사의 갑질을 차단하기 위해 차주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차주들은 지입계약 시 계약 체결 명목으로 번호판 사용료로 2000만~3000만원, 차량 교체 동의 비용으로 700만~800만원, 지입계약 해지 시 명의 이전 동의 비용 등으로 400만원 등을 요구하는 악습이 있었다.

정부는 현재 법인 소속으로 등록된 화물차 23만여대 중 10만대 가량이 지입전문회사 소속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일감은 주지 않는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 등으로 퇴출 조치할 계획”이라며 “지입전문회사도 실제적인 운송업무를 해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도 전면 금지한다. 불공정 계약사례에 대해서는 계약무효는 물론 운송사에 대한 행정처분에 나선다. 아울러 불법 위수탁 계약, 부당 운임 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계약 신고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직영차량에 대해서는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기로 했다.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에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황정민·유아인 주연의 영화 '베테랑'의 사건은 지입차 운임 지급 거부에서 촉발했다. 화물차주(정웅인역)가 운임을 달라며 지입전문업체 대표(정만식역)를 찾아갔음에도 운임을 받지 못하자 화주 기업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유력 기업의 재벌2세 조태오(유아인역)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캡처

◇ ‘안전운임’ 대신 ‘표준운임’…화주-운수 계약 시장 기능 회복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으로써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점을 고려해, 화주-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운수사-차주 간 운임 계약은 강제해 차주 보호에 나선다.

운수사는 차주에게 표준운임을 이상을 지급해야 하므로, 제도 취지에 부합하게 차주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표준운임대상 품목의 차주 소득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 도달한 경우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표준운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은 표준화, 규격화 등 기술적 가능성을 감안하여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하여 2025년 12월 31일까지 3년 동안 시범 운영한다. 정부는 제도 운영 결과를 추후 분석한 후 일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표준 운임 책정 방식도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자료를 활용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원가를 산정한다.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 원가 구성 항목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원가 구성 항목을 사전에 규정하여 원가구성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운임위원회에서는 각 항목별 원가산정 논의에만 집중하기로 개편한다.

이와 함께 유가 변동에 취약한 화물차주의 소득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류비가 운임에 반영되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며, 차주들은 고유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물차들이 적재물 고정을 위해 사용하는 판스프링. 고정되지 않은 판스프링은 화물차 운행 중 튕겨져 나가 후속 차량의 유리창에 꽂히는 등 대형 사고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원경찰청 제공

◇ 판스프링 사고 발생시 징역 5년형

화물차에 대한 교통 안전도 강화한다.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위험물 운송차량과 노선버스 등에 적용되는 ‘정기적 운행기록장치(DTG) 자료 제출 의무’를 대형화물차에도 부여한다. DTG를 통해 화물차주의 휴식시간 준수 여부, 운전 습과 등을 모니터링해 졸음운전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휴식시간을 미준수하는 차주에게 과태료를 처분하고, 급가속·급정거 등 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안전운전 컨설팅을 진행한다.

최근 ‘고속도로의 날벼락’으로 사고 사례가 급증한 판스프링 등 불법 화물고정장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화물고정장치에 대한 이탈방지를 의무화하고, 불법 개조하는 경우 사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중대 사고 발생시 형사처벌(최대 징역 5년)할 방침이다.

과적에 대한 제재도 화물차주 위주의 책임에서 과적을 요구한 화주와 운수사의 책임을 강화한다. 화주 등이 빠른 배송 등을 요구하며 차주가 과적해야 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지입제 개선방안, 표준운임제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후속 하위법령 개정도 함께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되었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면서 “차주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차주로부터 수취하는 지입료에만 의존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적극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 “1960년대부터 유지되어온 지입제의 개선과 더불어 고유가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운임-유가 연동형 표준계약서 등을 통해 차주의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로 우리 국민들은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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