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 칼럼] 창원권 의대 유치, '흑묘백묘' 지혜 필요하다

허충호 기자 2023. 2. 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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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30만의 경남에는 의과대학이 경상국립대 단 한 곳뿐이다.

전국의 도청 소재지 중 의대가 없는 유일한 곳, 인구 100만 이상의 비수도권 도시 중 의대가 없는 '독보적 존재'다.

창원대의 유치 바람에 발 맞춰 2010년 통합시로 출범한 창원특례시가 '추진단'을 구성해 의대 설립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의대를 항구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운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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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허충호 기자 = 인구 330만의 경남에는 의과대학이 경상국립대 단 한 곳뿐이다.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전국 꼴찌수준인 76명의 정원을 보면 그런 말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규모의 여러 지역들과 비교 해봐도 그 격차는 현저한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정원이 2.3명 꼴이다. 비교적 인근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광역시의 12.8명이나 부산광역시의 10.3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턱없이 적은 숫자다.

다시 지역을 좁혀 현황을 살펴보자.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재편된 인구 100만 명의 창원특례시에는 여전히 의과대학이 없다. 전국의 도청 소재지 중 의대가 없는 유일한 곳, 인구 100만 이상의 비수도권 도시 중 의대가 없는 '독보적 존재'다. 의료 시설과 의료 인력이 수도권에 편중돼있다는 고리타분한 푸념은 이미 식상한 화두가 됐지만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두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창원권과 인구가 유사한 부산 중부권이나 대구 서남권에는 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창원권에는 단 1개만 있는 현실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의료 질의 문제로 귀결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적다는 것은 경남권에서 중증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그런 창원에서 의대 유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국립창원대가 지난 1992년 정원 40명의 의예과를 신청한 것을 필두로 1996년과 1997년에 산업의과대학 설립 계획을 마련해 1998년 교육부에 산업의과대 설치를 요청했다. 2015년에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원 50명의 설립신청서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창원대의 유치 바람에 발 맞춰 2010년 통합시로 출범한 창원특례시가 '추진단'을 구성해 의대 설립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30여 년간 의대 유치의 바람은 쉼없이 불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도"이다. 최근 창원시 제2부시장과 경남도 경제부지사를 공동 단장으로 하는 유치단을 발족하고 그간 대기모드였던 창원권 의대 유치전을 활성 모드로 되돌려놓았다니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수천억의 예산이 소요될 의대를 어떤 대학에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상국립대와 국립창원대 통폐합 논의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경상국립대의 의대정원을 늘리거나, 창원대에 의대를 신설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통폐합이라는 변수가 현실화한다면 결국은 중복투자와 의대 소재지 논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면 기우일까. 국·공립대학에 의대를 설치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 확보라는 난제는 늘 병원 주변을 떠돌아다닐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의대 유치를 외치기 전에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깊은 전략적 고민과 고려도 필요하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집안의 늙은 쥐를 잘 잡는 게 좋은 고양이(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라고 한 흑묘백묘론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의대를 항구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운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말이다. 30여 년만에 재점화 된 창원권 의대 유치 불길을 흑묘백묘론과 대입시켜 유연한 사고(思考)도 유치 전략 중 하나로 삼아보면 어떨까 한다. / 허충호 부산경남취재본부 경남본부장

victiger3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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