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또 노동당 전원회의···식량 문제 “절박하다”는 북한

박광연 기자 2023. 2. 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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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소집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
“농업 발전의 근본적 전환점 필요”
식량난 지속···도발 수위 조절 가능성
북한이 지난 5일 조용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사회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당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농사 문제와 농업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한 연말 전원회의가 끝나고 두 달 만에 또다시 전원회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 내 식량 생산·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회의가 전날 평양에 있는 당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부격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들이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고 조용원 상무위원이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선 이달 하순 당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소집이 결정됐다. 통신은 “새 시대 농촌혁명 강령 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 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 문제와 농업 발전의 전망 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라고 소집 취지를 밝혔다.

현 시점에서 농사 문제와 농업 발전이 사실상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농업의 올바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로 나선다”며 “농업 발전에서의 근본적인 변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그러면서 “나라의 농업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장성 궤도에 올려세우기 위하여서는 농업과학 기술의 우선적 발전을 추동하며 전반적인 관개 체계의 완비를 다그치는 것을 비롯하여 농업 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더욱 강화하는 사업에 주력하여야 한다”고 농업 관련 현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당 전원회의를 두 달 만에 다시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통일부는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에서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또다시 전원회의를 여는 것은 그만큼 북한 식량 생산·수급 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징표로 분석된다. 앞선 전원회의에서 발표된 올해 ‘인민경제발전의 12개 중요고지’ 중 첫 번째로 ‘알곡’이 제시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농촌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하며 농촌 개선 및 식량 증산 문제가 심각함을 암시했다”며 “전원회의 개최는 연초부터 해당 문제의 성과 도출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달 8일 건군절 75주기 행사를 통해 국방 성과 과시와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원회의를 통해 민생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둘러싼 대내·대외적 환경을 보면 식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평양 봉쇄령을 내리는 등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국경 봉쇄가 지속되며 외부에서의 식량 유입은 제한적이다. 이달 말 전원회의에서 관개 체계 완비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은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가 상당함을 나타낸다.

정부가 추정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지난해 451만t으로 전년(469만t) 대비 3.8% 줄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달 말 전원회의 개최와 관련해 “특히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사·농업 문제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북한의 도발적 군사행동 빈도와 수위는 예년보다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규모 인적, 물적, 기술 자원이 농업 부문에 총력 집중할 것임을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군사도발 수위 조절이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먹는 문제의 안정적 해결, 또는 전망 없이 군비 증강에만 집중하는 것은 (북한에)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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