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인간과 인공에 대해

2023년 과학기술혁신정책연구를 준비하면서 ‘STEPI 아웃룩’에 전문가 200명과 일반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희망하는 나라상에 대해 전문가는 전통적으로 과학기술과 관련 혁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고 ‘보다 풍요로운 나라’를 50% 이상이 꼽아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반면 일반인들은 ‘보다 안전한 나라’를 꼽아 2021년 코로나 시기와 같이 경제적 풍요보다는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문제로 일반인과 전문가가 모두 ‘양극화’를 꼽았다. 그다음이 청년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고 주변국과의 갈등을 그다음으로 뽑았다. 과학기술혁신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성장정책과 관련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분야로 인공지능과 함께 첨단 바이오를 꼽았고 이에 대해 전략적 투자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령화, 공급망 관리, 교육과 인력, 규제, 기후변화, 디지털전환 등의 문제 대부분을 여전히 정책 수립과 조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디지털전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정책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고, 기후변화 문제는 일반인과 전문가가 국가 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전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국내외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혁신리더들의 화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장은 금융대전환의 게임체인저로 디지털혁신 고도화를 언급했고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KAIST 총장, 과학기술단체장들은 디지털대전환과 국가전략기술, 국가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민간 대기업, 벤처, 투자회사 등의 대표들은 딥테크, 하이테크와 개방 협력, 대학교수와 총장은 미래 전략과 성장을 제시했다.

사회 거의 모든 영역과 문제들이 디지털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소위 대전환의 소용돌이가 진행되고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통된다. 디지털대전환이 이뤄진 시스템에서 우리가 걱정하고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일자리, 양극화, 안전, 교육, 사업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연관돼 발생하고 진행돼갈 것이다.

그런 중에 연말 연초부터 사용자 요구에 맞춰 원하는 결과물을 내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대화형 프로그램 ‘챗GPT(chat GPT)’가 가장 뜨겁게 떠오른 화두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처음에 이미지 생성에서 급속히 진화, 발전했다. 챗GPT가 공동 저자로 들어간 논문이 나오고 그 도움을 받아 미국 대학의 철학에세이 과제를 써 최고점을 받을 뻔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술로 바뀌는 세상에 필요한 연구를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데 이미 연구를 하고 저술을 하는 지성활동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대신할 기술이 세상에 나와버린 꼴이다. 지성이라는 인간의 고유성을 침범하는 일이다. 기술이 먼저 삶을 정책이나 제도가 뒤따라가기 시작한 지도 이미 오래다. 인간과 기계(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기초를 위한 큰길을 여는 담론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때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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