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국내선 시들한 라면…해외선 연일 '인기 폭발', 왜?

권애리 기자 2023. 2. 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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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6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은 라면 이야기네요. 라면 수출이 엄청 잘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급증하는 수준입니다. 우리 라면의 해외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한번 바꿔 세웠습니다.

연간 21만 6천 톤, 7억 6천500만 달러어치가 넘는 라면이 1년 동안 해외로 나갔습니다.

지난해 연간 환율을 1천300원으로 쳤을 때, 1조 원어치 가까운 금액입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1조 원을 넘을 걸로 보입니다. 10년 전보다 무려 4.4배 넘게 늘어난 겁니다.

단기간에 이 정도의 수출 신장을 보이는 품목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실 2014년에는 수출이 줄어든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정도부터 해마다 쑥쑥 늘더니 특히 2020년에는 1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요.

이후로 수출 최고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앵커>

2020년에 굉장히 한꺼번에 확 올랐네요. 그때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보면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때, 연관성이 있습니까?

<기자>

네. 그게 굉장히 컸습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9일 딱 이맘때 열렸었습니다. 기생충은 그전부터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었고요.

특히 영화를 보고 나면 이른바 '짜파구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할 정도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죠.

이 관심이 그대로 라면 수출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사실 영화 한 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좀 더 작용했습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여파가 커질지 몰랐던 코로나19 사태 역시 우리 라면의 해외 수요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라면은 집에 쌓아두고 혼자서도 간편하게 한 끼씩 해결할 수 있는 즉석식품이잖아요.

사람들이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 라면에 생겼던 한때의 관심이 식습관으로까지 남게 된 외국인들이 꽤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기생충 이후로도 잊을만하면 우리 라면을 자꾸 보게 됐습니다.

'오징어게임'에도 라면이 등장했죠. BTS가 라면 먹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게 되고요.

특히 이른바 '불닭 챌린지'라고 외국인들이 아주 매운 한국 라면 먹기에 도전하는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서 일종의 신드롬처럼 한동안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지금 나올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그전부터도 우리 라면을 꽤 즐겨 먹었던 중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 라면이 퍽 익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겁니다.

<앵커>

라면 계속 보다 보니까 입에 침 고이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닌 거죠. 다 비슷한 마음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라면의 인기는 좀 정체되는 느낌이라고요?

<기자>

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야 워낙 유명하죠. 베트남 사람들과 더불어서 인스턴트 봉지라면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자주 먹는 사람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라면 시장이 정체 내지는 역성장 기미를 최근에는 좀 보여왔습니다.

늘 늘어나기만 하던 라면 소비가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건 2017년입니다.

2018년에는 다시 좀 늘었지만 1년 뒤엔 또 꺾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 아까 말씀드렸던 '해외에서의 라면 열풍'과 함께 생산이 갑자기 크게 늘었지만요.

2021년에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세계적으로는 그후로도 수출이 계속 늘어왔는데도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라면 말고도 즉석식품이 워낙 다양해져서 그렇기도 하고요.

이른바 건강한 맛에 대한 선호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라면 중에서도 면을 튀기지 않은 건면의 비중이 점점 더 늘고 있죠.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해외에서 인기를 끈 불닭 챌린지 같은 것 매운 라면을 겁 없이 먹는 것 사실 30~40대만 돼도 엄두가 잘 나지 않습니다.

고령 인구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게 라면 인기가 시들해지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게 라면 제조업계가 그동안 분석해 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자꾸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고요.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라면 시장에는 전에 없던 해외 수요라는 새 판로가 생겼습니다.

나라 바깥에서는 새로운 수요가 크게 창출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안에서는 어딘가 전 같지 않은 라면의 인기, 이 사이에서 업계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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