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적이면서 동양적인… 광활한 서부 ‘곡선미’를 포착하다

장재선 기자 2023. 2. 6. 09: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카메라에 담으며, 한국인의 시각으로 곡선미와 율동감을 특별히 포착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LACMA) 등에서 제 사진을 소장하며, '미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이라고 평한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이 제 작품에 있는 시적(詩的) 선율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서라벌예대에서 사진학을 공부한 그는 국내에서 잡지사 기자 등을 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재미 사진작가 김인태 개인전 ‘선율’
15년 만에 다시 인사동 사진전
사진학 공부하고 1980년 이민
콜로라도 · 애리조나 등 사암층
대자연 속 추상의 선율 찾아내
연꽃·튤립의 꽃머리 클로즈업
명료한 흑백 대비… 極美 경지
미국 유타 주 아치스 국립공원의 광활한 풍광과 계곡의 소용돌이 지형을 담은 작품 ‘Fiery Furnace’. 인사1010 제공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카메라에 담으며, 한국인의 시각으로 곡선미와 율동감을 특별히 포착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LACMA) 등에서 제 사진을 소장하며, ‘미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이라고 평한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이 제 작품에 있는 시적(詩的) 선율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김인태(76·사진) 작가는 사진전 ‘선율(旋律)’에 대한 소망을 이렇게 전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서울의 인사1010 갤러리에서 오는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사진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 2008년에 역시 인사동에서 열었던 전시 이후 15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를 계기로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작가와 SNS와 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개막일에 맞춰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그의 음성에는 오랜만에 모국의 관객을 만난다는 설렘이 묻어 있었다.

그는 이른바 ‘이민자 예술가’이다. 경기 문산에서 태어나 1979년 결혼을 할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1980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서라벌예대에서 사진학을 공부한 그는 국내에서 잡지사 기자 등을 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이민 후에도 LA에서 사진현상소의 스튜디오에 근무하며 생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 현지 작가들과 그룹전을 활발히 펼치며 이름을 알렸고, 미국 사진전문잡지 ‘B&W’의 표지(2004년 6월호)를 장식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영국 사진사협회, 스위스 포토그라피스 연감에도 수록됐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제목에서처럼 미국 서부의 대자연 속에 추상의 형상으로 흐르는 선율을 찾아낸 것들이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오클라호마, 오리건,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 등의 풍광을 두루 볼 수 있다.

특히 콜로라도, 유타, 애리조나 등 남서부 사암지대의 사진이 많다. 독특한 지질로 유명한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모뉴먼트밸리, 데스밸리, 앤틸로프, 애스펀 등에서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조화의 미감을 담았다. 멀리서 장엄한 스케일로 찍기도 했으나, 가까이에서 가장 매혹적인 모습을 잡아낸 것이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공력을 쌓은 카메라 워크에 의해 사시나무숲, 계곡, 현무암층 등이 신비한 미감을 자아낸다.

“촬영 여행이 보통 2∼3주 걸리는데, 사막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녀야 하니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지형도 위태롭지만, 늑대와 곰 등을 만난 적도 있지요. 검은색 뱀이 있는 줄도 모르고 깔고 앉은 적도 있고요. 그래도 하나님의 지팡이가 저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담담하게 작업을 합니다.”

자연의 선율을 주재하는 신에 대한 경외가 그의 작품 바탕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연꽃’ ‘튤립’ 등처럼 꽃을 다룬 작품들이 한 부분을 이룬다. 꽃의 머리 부분을 흑백의 명료한 대비를 통해 클로즈업한 것들로, 극미(極美)의 경지를 보여준다. 김 작가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지만, 아날로그 정서가 배어나게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설명하다가 중학교 때의 은사를 떠올렸다. “영어 선생님이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를 소개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제 가슴에 밀밭, 보리밭의 물결이 동감(動感)으로 자리해왔습니다.”

고국을 떠난 이민자 예술가가 작품에 담은 선율의 근원에 아득한 향수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으나, 듣는 이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