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삼이와 사만다, 반가우면서 섬뜩해질 AI시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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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를 다시 봤다.
아내와 별거중인 대필작가 남자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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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를 다시 봤다. 아내와 별거중인 대필작가 남자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생활 패턴과 취향, 감정까지 읽어낸다. 테오도르의 데이터를 통해서 사만다는 학습했다. 테오도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어폰을 낀다. 이어폰을 통해서 사무실과 거리에서 사만다와 늘 대화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고 취향을 알고 있어 대화가 잘 통한다. 테오도르가 우울해 하면 감미로운 노래로 위로를 한다.
10년 전 영화를 봤을 때와 달리 지금은 이 영화가 현실로 다가온다. 영화 속 사만다가 낯선 목소리가 아닌 내가 그리워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목소리라면 어떤 느낌일까? 늘 그리운 돌아가신 엄마의 목소리로 아침에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하고, 힘들고 지쳤을 때에는 엄마가 자주 하던 말로 나를 위로해 준다면 어떨까? 나의 엄마는 옛날 분이니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니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가능하지 않을까?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있고 친구들과 나눈 대화는 카카오톡에 고스란히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하기에 데이터는 충분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텍스트-음성 변환(TTS) 모델인 ‘밸리'는 3초 음성만으로도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한다.
얼마전 tvN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2020년 세상을 떠난 배우 박윤배씨의 가상인간을 구현해 화제가 되었다.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은 화면에 나타난 박윤배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수미 배우의 첫마디는 “무섭다”였다. 동료들은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화면 속 ‘응삼이'의 이름을 부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점차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딸을 애타게 기다릴 때와 딸의 이름을 부를 때 박윤배씨의 표정은 너무 간절해 보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시청자도 출연진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준 사례이다.
기술은 완벽하게 구현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물론 실용화 단계에서 윤리적으로 합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박윤배씨의 딸처럼 나도 사무치게 보고픈 가족과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두려워하면서도 몰입할 것 같다.
이미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가짜이든 진짜인지를 이제 인간이 구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가짜냐 진짜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할까. 확실한 건, 가상의 인격체가 현실과 구분 없이 뒤섞이는 ‘특이점'이 다가왔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를 현명하게 제어하고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 단순히 ‘윤리'에 호소하기엔 현실을 투사하는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파괴력이 너무 크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눈앞에 다시 마주하는 일이 반가우면서도 무서운 이유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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