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트의 비밀

서울문화사 2023. 2. 6. 09: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안에 오늘날의 기술과 철학이 들어 있다.

VOLVO S60

오늘날 자동차는 비슷한 실루엣 속에서 아주 다른 디테일을 드러낸다. 일단 모든 자동차의 실루엣이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진다. 연비와 실내 공간이 중요해질수록 자동차의 외부 실루엣은 비슷한 모습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반면 LED와 전력 배분 등 신기술이 발달하며 자동차의 각 디테일을 클로즈업했을 때 어떤 브랜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했다. 옛날 차들이 실루엣은 달랐지만 디테일이 비슷했던 반면, 요즘 차는 실루엣이 비슷하고 디테일이 다르다. 볼보의 헤드라이트도 그렇다.

볼보는 T를 눕힌 실루엣을 일관적으로 라이트에 적용한다. T자를 눕히니 자연스럽게 라이트 박스에 상하단이 생기고, 위와 아래로 각기 라이트 모듈이 나뉜다. 이렇게 모듈이 나뉘는 이유는 더 섬세한 점등을 위해서다. 볼보는 2013년부터 반대편 차량을 확인해 상향등을 알아서 잠깐 멈추는 자동 상향등 기능을 지원한다. 자동차의 스티어링을 돌릴 때 조명이 따라 도는 벤딩 라이트 기능도 있다. 조명이 복잡해지는 만큼 차 주변이 더 밝아지고, 운전자는 더 안전하게 운전하게 된다. 비상등을 켜면 T자를 눕힌 부분 전체가 번쩍거린다.

PORSCHE TYCAN CROSS TURISMO

자동차 조명 혁신의 발단이 된 건 조명 기술 자체의 발달이다. 지금 자동차 조명 혁명을 이끄는 건 LED 기술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HID라 부르는 제논 헤드램프를, 그전에는 일반 전구를 썼다. 일반 전구를 쓸 때는 모두 조명이 비슷했다. LED를 쓰면서 낮은 전력을 소모하며 더 작은 광원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개별 조명에 작은 광원을 쓸 수 있는 만큼 각 자동차 회사는 오히려 더 다양한 조명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포르쉐를 비롯한 오늘날 자동차 회사의 조명이 굉장히 다양해진 이유다.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역시 독자적인 조명 디자인을 구축했다. 타이칸 헤드라이트 칸 안에는 4개의 구획으로 나뉜 ‘4포인트 LED 데이터임 러닝 라이트’가 있다. 입체적인 구조로 만든 덕에 밖에서 보면 각 부분이 떠 있는 것 같다. 4개로 나뉜 헤드라이트의 각 부분은 총 84개의 LED로 구성되어 세밀한 점등이 가능하다. 자동으로 조명이 조절되어 어둠 속을 비추면서도 앞차나 반대 차량의 조명에 눈이 부시지 않는 식이다. 전기 포르쉐가 되어도 포르쉐는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신의 매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VOLKSWAGEN ID4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자동차 전면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소비자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변화는 프런트 그릴이다. 전기차는 앞을 뚫을 필요가 없다. 엔진이 없으므로 보닛 부분에 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 보닛 결빙이 새로운 이슈가 될 정도다. 그간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은 불가피한 디자인 요소였던 그릴을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 정체성을 만들었으나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버렸다. 폭스바겐 전기차 ID 4 역시 보통을 뛰어넘는 디자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의 차 중 폭스바겐 ID4의 헤드라이트가 가장 실제 동물의 눈과 가깝다. 헤드라이트 케이스 안에 보이는 동그란 눈 모양 라이트는 눈동자가 돌아가듯 조금씩 움직인다. 시동을 켜거나 사용자가 다가갔을 때 ID4의 라이트는 주인을 알아본 반려동물이 눈을 치켜 보듯 위로 올려 뜬다. 내가 다가가면 눈길을 주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라니, 묘한 기분이 드는 21세의 하이테크다. 눈 주변에 있는 흰색 LED 띠가 모두 조명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엔진 자동차의 그릴 상단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모두 가느다란 조명이 깔려 있다.

MINI MINI ELECTRIC

로버 시절 미니는 등대 같은 헤드라이트 2개를 차 양 끝에 달아둔 수준이었다. 공기저항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는 수직에 가까웠다. BMW 인수 후의 뉴 미니는 헤드라이트의 앞 각을 점점 눕히기 시작했다. 3세대가 지난 지금 미니의 헤드라이트만 클로즈업하면 지난 시대의 스포츠카 수준으로 누워 있다. 다만 앞에서 보면 여전히 동그란 미니 헤드라이트다. 앞에서 보면 미니, 옆에서 보면 첨단 자동차, 미니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다.

미니의 라이트 역시 시대에 발맞추는 동시에 여전히 미니다. 오늘의 다른 차들에 비해 미니의 라이트는 한층 단순하면서도 여전히 효율적이다. 중심부에는 눈동자 모양의 메인 라이트가 자리한다. 라이트를 빙 둘러 LED를 동그랗게 설치해 빛의 띠를 이룬다. 비상등을 켜면 빛의 띠를 이룬 부분 전체가 노란빛을 내며 점멸한다. 작고 단순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무엇보다 보았을 때 멋지다. 미니처럼, 미니를 이루는 다른 부품들처럼. 오래된 브랜드가 시대에 훌륭히 대응하고 있다.

Editor : 박찬용 | Photography : 박원태

Copyright © 아레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