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방류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정부, 사후 대책이라도 있나”

송진식 기자 입력 2023. 2. 6. 08:30 수정 2023. 3.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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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르면 4월에서 여름쯤 방류 시작”
바라만 본 정부…“법적 대응은 이미 늦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및 주변 오염수 저장탱크 전경.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1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도쿄전력의 방류시설 완공 시점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르면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

지구에 문명이 생겨난 이래 원전사고에서 비롯된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전례는 없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류한 역대 두 번째의 최대규모(7등급) 사고이기도 하다.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는 달리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 및 이른바 ‘피폭 생선’으로 상징되는 먹거리 안전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활성화를 넘어 핵무장까지 거론하는 윤석열 정부는 명실상부 ‘친핵(核)정부’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정부가 방류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방류 이후’ 시대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염수 방류 놓고 10여년 ‘허송세월’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폭발을 일으킨 원자로는 1·3·4호기 등 세 개다. 이들 원자로에는 폭발사고로 녹아내린 뒤 굳은 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열의 연료를 식히기 위해 계속 냉각수를 붓고 있다. 이렇게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와 원자로 건물 등을 타고내린 빗물·지하수 등이 섞이면서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 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주요 핵종을 포함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한다.

오염수 처리문제는 진작부터 문제가 됐다.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에는 일본이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2013년에도 후쿠시마 앞바다로 오염수가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고,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내리면서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기도 했다.

일본은 철제 저장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보관했다. 2014년 기준 하루 평균 470t(47만ℓ)에 달하는 오염수가 쏟아져나왔다. 2018년이 되자 일본은 “저장탱크 용량이 곧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방류에 시동을 걸었다. 2019년 12월에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가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바다 방류’를 제시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시설(ALPS) 등 처리수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에서 바다 방류 방식을 확정했다. 일본은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이르면 올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은 별로 없다. 정권이 여러 번 교체됐어도 이 같은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3년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은 오염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기보단 무역분쟁에 가까웠다.

그나마 2021년 일본이 오염수 기본 방침을 확정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각 부처에 “국제해양재판소 제소(긴급 잠정조치 신청)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강력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대선 국면 등을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전국녹색연합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조계는 잠정조치 신청이 이미 늦었다고 본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신청하려면 오염수 관련 우리 정부의 연구와 평가의 축적, 일본의 방류법에 대한 과학적 문제점 등을 수집해 제출해야 하는데 자료 준비도 안 됐고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잠정조치 신청도 불가능해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막상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잠정조치 신청을 안 한 것을 두고 전·현 정권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 변호사는 현재 민변, 그린피스 등 국내외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IAEA에 보낼 공개서한을 준비 중이다.

오염수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TF)를 주관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오염수에 핵종이나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섞여 방류되면 안 된다는 게 정부 기조”라며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식품 안전이나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계속 점검 중이고 2월 중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류 흐름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방류 방법은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정화한 뒤 바다에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오염수가 인체나 해양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일본 정부)가 된다는 주장이다. ALPS로도 처리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대량의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게 된다. 현재 계획된 방류량은 저장탱크에 모인 125만t이지만 최종 폐로가 될 때까지 오염수가 얼마가 더 방류될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선 “안전”, 해외 전문가들 “우려”

방류까지 남은 ‘최종관문’은 IAEA의 조사 결과다. IAEA는 “방류 전 오염수 처리 등이 적절하게 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지난 1월 16~20일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뒤 IAEA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3개월 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는 시점은 일본이 방류 시작을 예고한 시점과 겹친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내내 “과학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주변국 중 미국은 진작부터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다. 중국의 경우 매번 “방류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일본 정부를 제소하는 등의 구체적인 ‘액션’에는 나선 바 없다.

국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5월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전문가는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갈치, 고등어, 멸치, 삼치, 꽃게 등 연근해 어업 주요 어종의 산란 및 이동 경로 등 생태 현황과 조업 구역을 고려했을 때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2013년 후쿠시마 수산물 사태 당시 국내 수산물 소비마저 크게 감소할 만큼 파문이 일었던 국민의 정서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경우 확산 예상도. 7개월 뒤 제주도 근해에 다다르고(위 사진), 18개월 뒤에는 동해 대부분으로 퍼진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제공

반대로 지난 1월 26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토론’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표본 데이터는 문제가 되는 64개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에만 집중돼 있어 매우 편향되는 등 데이터가 오류투성이”라며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체 조사 결과 등을 들어 일방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르준 마키자니 에너지환경연구소 대표는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의 방사성핵종에 대해서도 ALPS를 통해 적절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 아니라 저장탱크 확충을 통한 저장 연장, 처리수의 콘크리트 제조 활용, 생물학적 정화 등의 대안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학 교수는 “식품 안전과 보건, 문화적 정체성 보호, 청정 생태계 보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서도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투기하는 정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문제 외면한 ‘원전 강국’들

주변국을 의식하지 않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과 이를 대놓고 지지하는 미국. 방류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 한편에선 이 같은 ‘이상한 조합’을 ‘원전 마피아’의 산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원전(핵) 강국이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원전 마피아(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서로 공격해봐야 본인들의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한국 모두 과거 혹은 현재 핵폐기물 무단 폐기나 삼중수소 유출 등 크고 작은 방사성 물질 방류 전력이 있다. 여기에는 본래 오염수 처리문제에 있어 수십 년간 바다 방류에 의존해온 원자력 발전의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그는 “국내만 해도 전문가 대부분이 원전 사업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오염수에 대해 99%가 문제없다는 견해를 내놓는 게 현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친원전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원전’이라는 이해관계로 묶이는 동안 오히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쪽은 피지·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 지역 17개 도서국가의 연합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다. 대부분 관광이나 레저 등 해양 자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 나라에 오염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정부, 방류 이후 대비해 뭐라도 해야”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이상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오염수 방류가 해양생태계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와 해류의 움직임과 관련된 그간의 연구들을 보면 방류 후 짧게는 6개월 이후부터, 길게는 4~5년 이후에 오염수가 국내 바다에 흘러든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시급한 것은 선박의 평형수 문제”라며 “현재 조사 방식을 변경해 미야기현 등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평형수 전수조사 및 관리체계를 구축해 오염수가 곧바로 우리 해역으로 침투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계속될 것이므로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 3월22일자 (https://stib.ee/HaF7)에 소개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뉴스레터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매주 화~금요일 점선면을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 (https://url.kr/jhqy7k)에서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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