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 사회 구조 변화가 저출산 해결 실마리

여론독자부 입력 2023. 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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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당면한 여러 위기가 있다.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인구위기는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위기이지만, 당장 우리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면서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는 안보위기, 에너지위기, 경제위기에 비해 금방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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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경제]

한국이 당면한 여러 위기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 미중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안보위기와 에너지위기,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여파로 겪고 있는 경제위기 등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대표적인 위기이다.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인구위기는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위기이지만, 당장 우리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면서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는 안보위기, 에너지위기, 경제위기에 비해 금방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매우 빠른 속도로 출산력이 하락하면서, 한국 사회는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인구학적으로는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사회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저출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노동시장, 교육, 돌봄, 주거·주택이다. 여기에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권력과 자원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이 겹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과 임금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쓸만한 일자리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면서, 노동시장의 성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나는 순간,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일상생활에서 드는 비용부터, 유아교육에서 최소 대학교 교육에 이를 때까지 천문학적인 보육 및 교육비가 들어간다. 자녀교육의 최종 목표인 서울의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가족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집중하며 살인적인 경쟁을 벌이지만, 그렇게 교육시켜도 자녀가 원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맞벌이를 해야만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며 드는 생활비를 겨우 메꿀 수 있어 부부 모두 쉬지않고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러나 돌봄의 공백이 생기고, 자녀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로 진입하면서 부모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해지면, 부모 중 주로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돌아가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그래서 여전히 여성의 경력단절은 한국 사회에서 흔한 사회현상이다.

20~30대 젊은층의 50% 이상이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는 젊은이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젊은 세대에서 자가 소유는 오직 능력있는 부모를 둔 젊은이들에게만 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비단 젊은이뿐만 아니라 같은 직장의 중년 후배 교수 부부는 명색이 부부교수인데도 아직도 자가를 소유하지 못하고 학교 근처에서 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초저출산은 단숨에 해결되지 않는다. 모두가 선망하는 연세대 의대를 자퇴하고, 조선대 수학교육과에 새로 입학한 청년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청년의 부모가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랑스러워 하며, 이 청년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삶이 모든 부모와 청년세대의 자연스러운 삶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사회구조와 문화가 변할 때, 비로소 초저출산 해결과 인구위기에서 벗어날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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