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 차장 "먹잇감 된 이재명…北, 공작 1순위로 찍었다"

강찬호, 정수경 2023. 2. 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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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공작 30년 전옥현 전 차장 인터뷰
"북 공작총책 김영철,이재명 찍어 공작"
"경제교류 탈 쓴 남 차기정권 장악기획"
"김은 뒤에 숨고 리종혁 등 앞세워 접근"
"김성혜,리호남 등 북 공작 핵심 총출동"
"북, 하노이 파국뒤 이재명 띄워 문 견제"
"8백만불,김정은에게 그대로 상납됐을 것"
유튜브'강찬호의 투머치토커'상세보도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8백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은 북한이 유력한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을 포섭해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대한민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치 공작의 일환이라고 전직 국정원 차장이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에서 30년간 대북 공작에 종사했던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 대남 공작 최고봉인 김영철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이화영, 안부수,김성태 등을 통해 포섭,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장악하기 위해 직접 나선 공작"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 공작은 김정은 말고는 김영철이 총지휘자인데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전면에 나선 것이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어떻게 보나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신작 소설을 썼다고 했는데, 정말 소설 쓰는 사람은 이 대표다. 그는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처럼 대북 공작을 오래 한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철저하게 북한의 대남 공작 대상이었다. 시건의 시발은 2018년 하반기 이화영 경기도 평화 부지사의 첫 방북이다. 2018년 9월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잖나.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하면서 접경 지역 자치단체장들을 데리고 간다고 했는데, 경기지사인 이재명은 빼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만 데리고 갔다. 이재명이 얼마나 급했겠나. 그래서 그 직후 이화영이 방북한다. 당시 국정원장은 서훈,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종석 아닌가. 임종석이 누구인가. 1989년 전대협 회장을 지낼 때 임수경을 북에 보낸 사람 아닌가. 또 서훈 당시 국정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여러번 관여한 대북 전문가다. 그러니 북한에선 당시를 대남 혁명 전략의 '만조기'로 봤을 것이다. 당시 민노총과 창원 제주 등지에 간첩 조직을 만든 걸 봐도 북한이 그런 생각을 한 정황이 엿보인다."

-경제 교류 사업이 아니고 정치 공작이었다는 것인가?

"그렇다.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천안함 폭침 주도한 사람 아니냐. 그의 업무는 경제 교류가 아니라 무조건 대남 공작만 하는 거다. 그러니 이재명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 등장한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위원장, 즉 최고 책임자는 김영철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종혁 부위원장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실제 남측과 접촉한 것은 이 부위원장 아닌가.
"김영철이 전면에 나서면 한국에서 정치 공작이라고 눈치챌 거 아닌가. 그러면 이재명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해를 입히게된다. 또 이종혁 하면 '아태'의 상징적 인물이자 경제 교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북측은 이종혁을 앞세우고 김영철은 뒤로 빠졌다. 그러나 실은 김영철이 이재명의 북한 커넥션을 주도한 주인공이고 이종혁은 그 부하일 뿐이다."

-김영철이 리종혁을 앞세워 공작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김영철의 공작을 실행한 이가 리종혁이다. 또 김성태가 500만 달러를 준 리호남 북한 국가보위성 공작원도 주목해야 한다. 그 역시 대남 공작 핵심 전문가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 책략 실장도 주목 대상이다. 김영철 직계 라인으로 통일전선 전략의 실무 최고 책임자다. 김성혜는 '당신들이 스마트팜 개발비로 50억원 준다고 했는데 왜 안 주나'고 항의해 김성태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아낸 이다. 김성태에게 돈 내놓으라고 윽박질러 받아간 두 명이 모두 대남 공작의 최고 전문가들인 것이다. 즉 북한은 철저히 공작 차원에서 움직인 거다. 김성혜가 비중보다 부각되지 않은 데는 사연이 있다. 김성혜는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와 아태평화협회가 2018년 11월 고양에서 주최한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이종혁과 같이 방남한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불참했다. 그 이유가 중요하다. 김성혜가 방남하면 '아태위가 아니라 통전부가 공작하는 것'이라고 남한 측에서 금방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제 교류'란 탈은 사라지고 대남 공작이란 본색이 드러나니, 북측은 김성혜를 보내려다 막판에 뺀 것이다. "

-북측이 이재명 지사를 상대로 '남풍'을 한 것이란 얘기인데, 이 지사 측도 '북풍'으로 호응한 것인가.
"그렇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2018년 7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자 민주당의 대북통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임명해 대북 채널로 포진시켰다. 자신은 전면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김성태와 여러번 통화하는 등 뒤에서 대북 접촉을 보고받고 지시했을 정황이 나오고 있지 않나. 이 대표 본인도 대선을 앞두고 방북 등 '북풍' 이벤트를 벌이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이재명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이니, 공작 1순위 대상이었을 거다. 그런 데다 이재명 측에서 요구하는대로 돈을 주니, 북한 입장에선 너무 잘 걸려드는 먹잇감 아니었겠나. 또 이재명 주변에는 정진상 등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물들이 포진해있다. 그런 점도 북한에선 이재명에 신뢰를 품었을 대목이다. 이재명 지사 측의 대북 연결 고리였던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이 방북했을 때 김영철이 안부수 회장으로부터 7만 달러를 받고 그에게 이 지사 측과 자신 간의 채널 역할을 '인증'해줘 공작 창구를 일원화한 배경이다. "

-2019년 이재명 지사가 김영철에게 친서를 보냈는데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주범이다. 그런 자에게 자신의 정치생명이 달렸을 수 있는 방북을 청하는 친서를 보낸 건 김영철이 아태위 위원장이자 북한 실세임을 의식했기 때문이겠지만, 김영철의 공작망에 이재명이 의도했든 안 했든 빠져들어 간 것으로 봐야 한다. 김영철은 친서를 받고 '이재명이 내 손아귀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그런데 그 이후 성사가 되지 않았다.
"북한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2019년 당시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파국으로 인해 문재인 정권에 마음이 떠났지만, 문 정권 대신 이재명에게 올인하면 남측의 권력자인 문재인 정권의 미움을 받잖나. 또 김성태에게 돈 받은 것이 드러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부담되니, 김정은이 속도 조절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민노총이나 국회 등에 간첩망을 심는 데 힘쓰기 시작한다. 그런 데다 2020년 초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외부에 문을 걸어 잠그니, 이재명과의 커넥션은 더욱 실현되기 어려워졌을 것이다"

-북한이 최소한 800만 달러를 받았는데 그 돈은 어디 쓰이나
"입장료라는 게 있다. 1980년대 말 동구권이 붕괴할 때 북한도 곧 문이 열릴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방북을 하려면 북한 권력자에 돈을 바쳐야 하니 대북 사업을 원하는 기업인들 사이에 '입장료'란 말이 유행어가 된 거다. 쌍방울이 준 800만 달러도 입장료의 일환인데 이 돈은 모조리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간다.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 수뇌부가 북측에 달러 뭉치를 줬다는데 그 돈뭉치는 그대로 김정은에게 바쳐졌을 것이다."

-국정원이 내년이면 경찰에 이관될 대공수사권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이제 판문점으로는 간첩을 내려보낼 수 없다. 간첩은 전부 제3국에서 온다. 이번에 국정원이 잡아낸 간첩들도 전부 베트남, 캄보디아 등 외국에서 증거를 잡은 것이다. 이렇게 해외 정보가 중요한데 경찰의 해외 정보망이 초등학생급이라면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은 원로교수 격이다. 또 해외 수사는 해외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정부에서 해외 정보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은 국정원뿐이다. 생각해보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서울에서 수사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받아줄 수 있겠나. 마찬가지로 우리 경찰도 해외에서 수사할 수도, 공작할 수도 없다. 더구나 간첩 하나를 잡으려면 5년~10년 걸린다. 경찰은 그사이 인사가 대여섯번 있어 인력이 계속 갈린다. 반면 국정원은 요원이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대공 수사만 한다. 결국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이 가져야 한다. 김정은이가 원하는 게 뭔가. 북한 통일 전선 전략의 핵심이 국정원 해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간첩 수사를 못 하게 하고 싶은데, 대놓고 못 하게는 못하니까 경찰로 넘긴 거로 보아야 한다."
(이 인터뷰는 지난 1일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됐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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