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달에서 전기를 만들자, 원자력전지

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2023. 2.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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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정월대보름을 맞았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면 우리 조상들은 부럼 깨기, 쥐불놀이 등을 하며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했다.

달의 밤은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을 불가능하게 하고, 전력을 저장해둔 이차전지를 방전시켜 달 탐사체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도달한 목표 전기 출력인 120밀리와트(mW)는 극저온의 달 표면에서 이차전지의 방전을 막고 전자 기기를 보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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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5일 정월대보름을 맞았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면 우리 조상들은 부럼 깨기, 쥐불놀이 등을 하며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름달이 뜨는 날이 명절인 경우가 1년 중 5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며 많은 민속 명절이 의미를 잃어갔지만, 밝은 보름달이 우리를 반기는 추석은 여전히 설과 함께 큰 명절로 남아있다.

태양과 더불어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천체이기 때문일까.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달은 숭배의 대상,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대 인류에게 달은 도전과 개척의 대상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에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달 탐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1970년대 유인 달 탐사는 중단됐다.

2017년 미국에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며 50여 년 만에 본격적인 달 개척 시대가 다가올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아르테미스 계획에 열 번째로 함께 참여하게 되어 작년 여름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쏘아 올리는 등 본격적인 달 탐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달 탐사를 위해서는 달 탐사체가 14일이나 되는 달의 밤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은 지구와 달리 낮이 14일, 밤이 14일이다. 가장 뜨거운 낮은 120 ℃, 가장 추운 밤은 -170 ℃가 된다. 달의 밤은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을 불가능하게 하고, 전력을 저장해둔 이차전지를 방전시켜 달 탐사체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현재의 달 탐사체는 태양 빛이 없는 밤에는 작동을 멈추고, 곰이 겨울잠을 자듯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며 달의 낮을 기다린다. 만약 달 탐사체가 낮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면, 달 탐사 효율이 두 배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원자력전지다.

다양한 극한의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할 수 있는 원자력전지는 열을 발생시키는 방사성동위원소와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thermoelectric)소자로 구성된다. 원자력전지에 주로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플루토늄-238로, 알파 붕괴 과정에서 g당 약 0.4W의 열이 발생한다.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발생한 열이 열전소자의 한쪽 면을 뜨겁게 하면, 반대쪽 차가운 면과의 온도 차이에 의해 전류가 흐르는 열전현상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극한 조건인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플루토늄-238은 반감기가 87.7년으로, 수십 년 동안 충전이나 교체가 필요 없어 우주 같은 극한환경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탐사차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자력전지를 이용해 지구에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최근 우리 연구원에서는 자체 기술로 우주용 원자력전지를 개발하고, 누리호 성증검증위성에 탑재해 우주 환경에서 실증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우주용 원자력전지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연구원이 개발한 원자력전지는 우주 환경에서 검증한 이력을 뜻하는 '우주 헤리티지(heritage)'를 확보했다. 우리가 도달한 목표 전기 출력인 120밀리와트(mW)는 극저온의 달 표면에서 이차전지의 방전을 막고 전자 기기를 보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연구원은 앞으로 다양한 규격의 원자력전지를 개발할 예정이며, 화성과 외행성 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더 고도화된 원자력전지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이 우주 탐사에 앞장서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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